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2011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공동당선작 / 김봉래 `데드라인`, 이인숙 `바다 수선`

문근영 2011. 1. 3. 07:27
2011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공동당선작 / 김봉래 '데드라인', 이인숙 '바다 수선'
[뉴시스와이어] 2011년 01월 01일(토) 오전 11:38   가| 이메일| 프린트
【뉴시스와이어】[2011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데드라인 / 김봉래

생각이 뚜벅거리며 TV속으로 들어가요
그 뒤를 따라 시간이 들어가고
얼마 남지 않은 어둠이 힐끔거리며 뒤를 따르고 있어요
드라마가 종반부로 치닫자
사건은 삼각관계에서 생각이 가세한 사각구도로 전환 되었어요
배우는 준비된 대사로 예리하게 상대의 가슴을 도려내는데
생각은 할 말을 생각해 두지 않았어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생각,
몸서리 한 번 치고 배역으로부터 도망쳐 나오자
네모진 입을 시커멓게 벌린 TV가 삼킬 듯이 쫓아와요
피신처가 필요해요
땀방울이 침대 밑으로 흘러내려 호수가 되었는데
그곳에 풍덩 빠지면 몸을 숨길 수 있겠어요
잠시이긴 하지만 조금의 휴식은 취할 수 있지요
원고지로 배를 접어 먼 나라로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
생각의 생각뿐인 생각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조그만 창문 틈으로 새벽이 몰려와 침대를 밀어내요
곧이어 등장한 햇살이 호수를 말려버리면
벌거벗은 생각은 부끄러워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이젠 더 이상 피할 곳도 없거든요
데드라인,
달력의 숫자를 가두고 있던 빨간색 원이
스르르 풀려나 목을 죄려고 날아와요


*바다 수선 / 이인숙
 
나의 바다를 세탁소에 맡겨야겠어요
지저분하고 찢긴 데가 많아요
바다를 맡기기엔 너무 크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정씨 아줌마는 보자마자 수선비 많이 나오겠다며 한숨 쉬죠
너덜너덜한 바다를 뒤집는 순간
물고기들이 옷 사이 헤엄쳐 다녀요
바다를 다시 뒤집으니 가게 안도 조용해지는군요
속을 잘 드러내지 않던 당신
 
아줌마는 찢긴 상처들을 재봉틀로 박기 시작해요
바다가 가끔 꿈틀거리고
구멍 난 곳에는 시냇물 끌어다 덧대고
박을수록 신이 나 무엇이든 끌어당겨요
찢긴 내 가슴도 촘촘하게 박아줄까요
그래도 흔적은 남게 되고 가끔 비 내리면 가려울 거예요
수선 끝낸 바다, 쳐다보니 구름 사이로 반짝이네요

출처 : (사)녹색문단, 창조문학신문사
문의 : 0502-008-0101, 010-2275-8833

출처 : 한국문단, (사)녹색문단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