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6회 경제신춘문예 시 우수상 당선작 - 오징어의 生 / 박혜란 外
오징어의 生 / 박혜란
바다를 향해 수 만개의 발들이 말라가고 있다. 한 때 저 흡판들은 바다를 물어뜯던 폭력이었을 것이다. 새벽 출항, 집어등에 속아서 배를 가르고 꼬챙이에 꿰어져 내장도 제 속내도 다 내어주었던 것. 오징어는 온몸으로 햇빛을 투과시키며 온순해졌을 것이다. 바다에서 빠져나온 질량만큼, 다시 바다를 향해 몸에 깃든 물을 풀어주면서 늘 젖어 살았던 몸들이 있는 힘껏 가벼워지고 있다 어부들의 이른 잠과 밤바다를 낮에 엮어 가는 여인들의 노고까지 내일의 파도를 염려하며 축 늘어진 발은 다 알고 있는 듯 축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적당한 염분들은 투명한 몸에서 갈변되고 바람에 쉬이- 하고 사라지는 영혼들은 천천히 몸을 잊고 있다 아무리 바다를 캐내도 통장의 잔고는 뱃고동을 울리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몸들은 부력보다는 중력이 먼저다 이제 바다를 향해 뻗어갈 듯 저 수 만개의 발들을 보라! 오징어는 바다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으려고 눈에 가시 같은 뼈를 품고 있었다
반가운 까치집 / 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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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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