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우리음식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2

문근영 2010. 11. 3. 07:58

우리음식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강의 / 김진수

 

 

 

제 2강 / 우리음식의 맛과 멋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등 주옥같은 작품을 쓰신 저의 중학교 때 스승이셨던 송수권 시인께서는 남도의 가락과 풍류, 한국인의 맛과 멋의 성향을 이렇게 풀어 놓기도 하셨습니다.

 

 중국 음식이 불. 일본 음식이 칼로 규정된다면 한국인의 음식은 삭힘문화(장, 김치, 젓갈)에서 왔다고 할 것이다.

‘절임’ 이라는 말이 있다. ‘풋것을 절이다’라고 쓰는 말이 그것이다. 이는 곧 염장 즉, 소금이나 장에 절여 숨을 죽이고 맛이 들도록 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삭힘의 초기단계이다. 절임김치는 곧 삭힘의 이전에 염장김치를 말한다. 따라서 절임에서 삭힘에까지의 완성단계를 숙성이란 말로 쓴다.

이 말 속에는 3천년 역사가 상거한다. 콩메주를 잘 띄워서 소금물에 절이면 된장이 되고 장이 된다. 이렇게 갈무리해서 나온 찬품들을 발효식품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 대표적인 찬품이 젓갈이요 김치다. 이것들은 모두가 건건이들로 건건한 맛이다.

여기까지는 일차적인 맛이다. 일차적인 맛이란 임진왜란 이전의 식탁을 두고 하는 말이며 고추가 등장되기 이전의 껄끄러운 식탁을 이르는 말이다. 고추가 등장하기 이전에 벌써 우리의 장문화는 활짝 꽃피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의 김현감호 편에는 유명한 호륜사의 된장이 맛으로 뿐 아니라 호랑이에게 물린 데는 제일이다 라는 그 특효약 성능까지 검증되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얼큰한 맛을 낼 수는 없었을 듯하다. 결국 고춧가루나 고추장으로 인하여 이 맛은 완성되었다. 얼큰한 맛이란 매워서 입안이 얼얼하다 는 뜻이다. 이는 <건건이+얼큰이=A+B>로써 조화될 때 이루어지는 맛이다. 그래서 전주비빔밥 이야말로 이 맛의 완성단계에 있는 민족음식의 꽃인 셈이다. 또 이와 비슷한 맛으로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지리다 라는 맛이 남도음식에 있다. 홍어회는 해묵은 배추김치, 돼지절편과 함께 목포 3합이라고 해서 이것이 없으면 충청도 서해안에서 무젓이 빠져버린 것처럼 남도 일판은 되는 일이 없다.


 
자산어보에 나와 있는 대로 흑산홍어는 거름벼늘속에서 삭혀야 그 독특한 향인 ‘지린맛’이 밴다. 어찌나 코를 쏘는지 남도인 밖에는 먹지 못할 음식이었다. 지린맛이 냄새로 갈 때는 지린내라고도 한다

이처럼 우리 맛은 일찍이 건건한 맛에서 얼큰한 맛으로 발전되어 오미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의 자극없는 맛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또 시원하다, 개운하다 라는 말은 내피감각와 외피감각을 동시에 흔드는 말이다. 이는 삼국시대 쌀이 등장하면서부터 우리 식탁이 주 부식시대로 접어들었고 국물이 들장하고 숟가락과 젓가락이 갖추어지면서 생긴 감각적인 맛이다. 영어에는 이런 동시언어가 없다.

쿨은 그냥 외피감각으로써의 말인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 맛에는 어 그 국물 한번 시원하다 라고 쓴다. 아린 속까지 뒤집어놓는다. 결국 우리맛의 발전은 삭힘 즉 발효와 숙성법인 조장기술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맛도 부족하여 흑산홍어나 나주집장을 두엄벼늘 속에 삭혀 먹다니 참으로 기상천외한 민족이다. 목포 3합에다 막걸리를 곁들이면 그것이 이른바 홍탁이 된다.

또 전통한정식의 식탁 한가운데는 장 종지가 놓여 우주의 중심을 떠 받친다.

다시 말하면 장 종지가 중심이란 뜻은 장 문화의 발전을 뜻한다. 즉 5미 5기를 타면서 청기와 탁기를 중화하여 맛을 내고 모든 음식을 평성으로 되돌리는데 그 기능이 있다.

 

  곡장의 원료인 콩이 경작되었던 시기는 대략 기원전 4-5세기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의 호형토기가 그것을 증명한다. 삼국시대 초기에 쌀이 대량 생산됨으로써 상류층의 식단이 주 부식 분리에 들어갔고 이 쌀문화에서 염분 섭취의 필요성으로 인해 젓갈이 나왔다. 또 전래의 콩인 메주를 발효하여 조장법이 개발됨으로써 식탁은 제 구실을 하게 되었다. 굽고 익히고 찌는 숙육법이 메주의 등장으로 소금과 만나 발효법으로 넘어온 것이다. 젓갈만 해도 중국에서는 오랑캐를 쫓다가 산둥반도 끝에서 어부들이 소금에 절인 생선을 먹는 것을 보고 비로소 이 젓갈을 축이라 표기했고, 우리는 삼국사기에 신문왕이 김흠문의 딸을 얻을 때 폐백 물목에 적힌 '해'자가 기록으로 보이는 것이 최초며 이것이 고려 때는 보편화된 듯하다. 따라서 동해안은 식해 문화권이고 남서해안은 젓갈 문화권인데 그 '해'자가 지금도 남아있다.

 

  젓갈은 크게 육젓과 액젓으로 나뉜다. 동남아의 메콩강은 홍수범람으로 그만큼 생선이 풍부하여 잡젓을 만든다. 소금은 우리가 25% 섞는데 비해 그쪽은 더우니 35%쯤 섞는다. 이는 곧 기후대에 따른 맛의 남북현상이다. 젓갈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김치의 남북현상은 뚜렷이 구별된다.

남쪽은 멸치를 쓰고 서울지방은 새우젓을 쓴다든가 소금을 섞는 비율도 이와 비슷하며 심지어 김칫독에도 이 남북현상은 있다. 육젓은 보통 6개월 정도 삭혀서  내리는데 이렇게 하면 액젓이 되고 메콩강 문화의 경우 이 액젓은 느억맘이라 해서 채소나 각종 음식의 맛을 내는 만능조미료인 셈이다.

또 일본은 생선간장을 쇼수르라 해서 액젓을 만든다. 그 대신 콩간장을 미소라 해서 우리 조장기술이 전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만드는 법도 우리는 100% 콩인데 비해 그들은 밀가루를 섞는다.


⊙ 중국 젓갈인 "지"

⊙ 말레이시아 젓갈인 "부쓰우"

⊙ 베트남 젓갈인 "느억맘"

⊙ 보르네오 젓갈인 "자크트"

⊙ 일본 젓갈인 "소쓰루".


  자산어보에서도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이 전어였다.

어란젓 황석어젓 엽삭젓 여다홉 번 끓여 붓는다는 진석화젓 백시와젓 멸젓 참계젓 창란젓 단팽이고추젓 토하젓 하다못해 거북이 뒷다리까지 육젓을 담가 푸짐한 남도의 건게 문화를 일으켜 왔다.

그리고 음력 4월쯤 영산강 숭어잡이 노래, 오가재비굴비 노래 오젓 육젓 등으로 세분하여 시사(時事)음식의 꽃을 피웠다. 식성지인성(食性之人性)이란 말은 식성이 곧 인성을 규정한다는 말이다.

삭힘뿐만 아니라 육류에서도 타민족의 추종을 불허한다.

쇠고기의 미각문화가 발달한 이유를 세가지로 말하고 있는 학자도 있다.

첫째 신성설 둘째 희귀설 셋째 농경수단으로 우금시대(牛禁時代)가 잦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우황 든 소 한 마리와 제주목사 자리를 맞바꾸었다니 그 진가를 알 만하다.

그래서 쇠고기는 어느 한 부위도 버리지 않고 다 먹었다. 동아프리카의 보디부족이 51가지 영국이 25부위를 나누어 먹는데 비해 우리는 120여 가지 이상의 부위에 대한 명칭을 가지고 있다.(곤자소니, 벌집, 깃머리, 주곡지뼈, 걸랑, 업진살, 홀떼기, 이보구니, 홍두께, 치맛살, 낙엽살, 안창, 수구레 등..... )

우리 민족은 이렇게 맛을 잘 발전시켜온 민족이다


“북창에서 졸다 깨어 일어나니

은하수는 기울고 먼동이 트는구나.

온 산 높고도 깊은데

외딴 암자만 고요하고 한가롭네.

밝은 달빛은 누각에 비쳐들고

산들산들 바람 난간에 불어오네.

침침한 기운 나무를 덮고

차가운 이슬은 대 줄기에 흐르네.”

 

어떻습니까? 초의선사의 선시 한편입니다.

 

“선은 일심의 극치로서 적멸에 이르는 것 아니겠소. 가부좌를 틀고 오래 앉는다고 성불할 수 없듯 차를 마신다고 다 적멸에 드는 것은 물론 아니오."


  조선후기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소치 허유 등 당대의 지식층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하였던 다성 초의선사는 이 땅의 물도 33가지로 분류하여 품계를 논한 바 있다.

물이란 유전자의 소인을 결정하는 정도체로서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는 이치와 같다. 성호사설에서 이익은 일찍이 우리 민족을 일러 ‘대두박민족’으로 규정한바 있다.

‘짠사람’ ‘짠순이’ ‘싱거운 사람’ 더 나아가서는 ‘심심하다’ 라고까지 표현하는 한국인의 심성은 맛에 대한 즉흥성(사교와 놀이를 전제로 함)과 구강성(스트레스 해소)을 동시에 타고났다.

바로 이 맛- 멋의 발전단계에서 검약과 절제의 선풍(仙風)이 나왔다

이 선풍은 또한 기질을 형성하여 민족의 식탁을 꽃피우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선풍을 타고 온 남도식탁이고 남도풍이다.

  멋은 맛에서 왔다는 말 바로 시김새(삭힘새)가 그늘(발효, 숙성)이며 이는 판소리에서 ‘그늘이 없는 소리’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인데 그늘이 없는 음식 그늘이 없는 사람 등 그늘이란 말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원래 이 그늘은 음식에서 온 말이며 남도음식에는 이 용어가 개미라는 말로 발전되었음을 보 수 있다.

이는 오랜 민족경험에서 얻어진 지혜의 소산이며 산술밖에 있는 시간과 공간의 사이에서 찾아낸 멋인 것이다.

  농악의 12마당 중 채상놀이(상모놀이) 굿판만 보아도 그 곡선의 리듬은 절정을 이룬다.

남도의 음식맛과 더불어 가락이나 춤사위도 시나위 가락인 허튼춤이 휘늘어지지만 경상도는 복놀이가 주종이듯 꺾이고 막히는 가락이다. 또 충청도는 맥빠지고 늘어나는 소리이다. 또한 북을 치는 채는 나무이지만 설장고의 채는 나무공이와 대라는 사실에서도 남도의 음식맛에 따른 메시지와 가락은 다른 지방과도 확연히 구별된다.

말가락뿐 아니라 음식 맛까지도 그렇다. 이는 곧 한국인의 기질로 곧 사람의 성격을 형성한다는 말 과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인은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먹는다’ 는 외국기자가 본 그 식탁의 풍경에서도 물론 유교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온 것이긴 해도, 이 또한 대화로 느끼는 외피감각이 아니라 맛으로 느끼는 내피감각의 그 얼큰한 맛의 독백도 스며 있는 것이다.

  이 얼큰한 맛이란 것이 곧 구강성과 즉흥성을 띠게 된다. 이 맛이 곧 단기성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오랜 숙성에서 온 것이다. 이는 곧 농악에서 성급하게 흩어지는 꽹과리 소리를 하늘로 못가도록 땅에다 메치며 말목을 박는 징소리와도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이는 냄비의 기질이 아닌 뚝배기의 기질로 온 것이다. 이처럼 대자연의 한가운데서 우리 조상들은 삭힘을 통하여 동식물성 단백질의 신비를 미생물균의 발효로 끌어내어 전통식을 만든 것이다. 곰팡이의 자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 콩메주를 짚끄덩이에 싸서 납두균을 발생시켜 발효에 도움을 주도록 직결시켰던 것이다.

  이는 3천년을 상거하여 겨우 1970년대에서야 볏짚을 삭혀 소가 먹으면 소화를 돕고 건강해진다는 것을 알아 ‘엔실리지’ 방법을 농가에 보급시켰던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원적외선을 내뿜는 황토의 효능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궁중에서는 궁녀들이 황토를 물에 가라앉힌 지장수로 화장을 했고 민가에서는 집을 지을 때 부삭 앞 사방 한 자의 구덩이를 파고 황토흙을 묻어 그 위에 앉아 솔가리불로 밥을 지었던 것이다. 이것을 복룡간(伏龍肝)이란 주택어로 써내려 왔건만 우리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밥상의 원리란 맛 멋 메시지 그리고 힘인데 여기에 5기(한, 열, 온, 량, 평) 5미 5색(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중황토)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극채색과 간색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검약과 절제의 선풍으로 다져진 5방색이다.

 




- 음양오행과 음식과 컬러-

우리의 전통적 음식 문화 속에는 음양오행 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
음양오행이란 모든 사물 현상은 서로 대립되는 속성을 가진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상호 조화를 이룬다는 동양 철학을 말한다.

우주의 기초를 이루는 다섯 가지 물질

동쪽 ,봄.목(木) 청색, 신맛
남쪽 ,여름 .화(火) 적색, 매운맛
중앙 ,환절기. 토(土) 황색, 단맛
서쪽 ,가을 .금(金) 백색, 쓴맛
북쪽 ,겨울 .수(水) 흑색. 짠맛

이러한 원리로 인체의 각 부위도 음양오행이 있으며,
모든 식품에도 음양오행이 갖춰져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체 부위에 따라 음식 색깔을 맞춰 먹으면
그 장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음식이 서양음식보다 색채가 빈약하다는 말을 듣지만 우리의 구절판같은 것은 극채색의 절정에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한말 때 교동수정과는 이 극채색 때문에 민가에서는 금지된 음식이기도 했다.

동시에 향약구급방(고려때)에서 논의한대로 평성의 음식을 먹으면 병이 없고 성질이 온화해지며 더운 음식과 찬 음식을 섞어서 기를 중화한다고 했다.

뜨거운 기운의 고추를 먹음으로써 평성으로 들어가는 이치다. 여기에 물을 만 밥에다 굴비를 찢어 얹는다면 힘이 넘치는 식탁이며, 살아 있는 요구르트라 부르는 김치가 오르면 영양가 넘치는 완전한 식탁이 되는 셈이다.

쇠고기국에는 쌀밥 돼지고기국에는 조밥 등 단백질 식품을 반드시 당질 식품과 같이 먹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궁합 때문이다.

오늘날의 과학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마늘냄새 성분인 알리신은 어육류의 주요 성분인 단백질과 결합하여 단백질의 구조를 변환시키고 식곤증을 없애며 소화작용을 돕는다 한다.

이는 5방 5색에서 기를 머금고 자란 영역권이 각기 다르듯이 이 밥상에서 나온 것이 11만2철 킬로미터에 달하는 우리 몸의 소우주에 뻗친 혈맥을 다스리는 사상의학이며 공간적으로는 의식주의 배치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건강을 우리의 땅에서 생산되는 우리 음식이 아니면 안된다는 믿음은 절대적이다.

중국산 콩이 우리의 메주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시골사람들도 다 안다.



오늘의 화두 미국산 쇠고기에 숨겨진 재앙


  요즈음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사태의 장본인들은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유치한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국민들을 속이려는 추태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목숨 거는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바로 그것이 의미하는 진정한 위험성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FTA의 핵심은 한미 간의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서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장벽을 없애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주로 자동차나 전자, 반도체와 같은 제조업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농 축산업이나 공공, 금융, 교육, 서비스 부문 등에서 개방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미FTA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이고,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미FTA의 체결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계시겠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자유무역협정, 한미FTA의 선결조건이었습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의료보험, 전기, 수돗물 민영화 정책으로 촉발된 우려들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농업이나 공공부문의 붕괴를 통해 가장 큰 손해를 입을 사람은 바로 우리들과 같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입니다.


  요즈음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 때문에 식당의 밥값뿐만 아니라 각종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들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꼴찌수준인 우리나라가 농업시장을 마저 개방하고, 그 영향으로 우리 농업이 해체되어버린다면, 우리 국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식량공급에 대한 통제권을 다른 나라나 초국적 기업의 손아귀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전기나 수도, 의료보험과 같은 공공부문이 개방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서 공공의 책임 아래에 두었던 것들을,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에게 그 운영권을 넘긴다면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서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빼앗아 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손해를 보는 이 한미FTA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과 우리나라의 일부 재벌기업들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을 개방하면 미국의 곡물기업이나 민간보험회사 등은 당장 높은 이익을 얻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몇몇 재벌기업들도 자동차나 전자, 반도체 등을 수출하며 다소나마 얻게 되는 관세절감 효과를 통해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재벌기업이 대미 수출증가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우리나라가 식량산업과 공공서비스산업을 포기하며 치러야 할 손해와 우리나라의 일반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기본적 생활권의 박탈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그 대답은 ‘노(No)’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년째 수출은 늘고 경제의 절대량은 성장하지만 고용과 내수는 침몰하는 ‘고용 없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IMF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민영화, 해외매각, 금융시장개방 등으로 인해 우리 산업이 해외투기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국내의 중소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몰락하면서 산업구조가 불균형해지는 바람에 더 이상 소수 재벌기업의 성장이 전체 국민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지가 않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재벌기업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 부가가치는 그것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해외투기자본의 몫이 될 뿐, 내수경제로 퍼져나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더욱이 한미FTA로 인해 손해를 감수해야 할 부분이 다수의 일반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권리와 아주 중요하게 연관된 부분이라면 그것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물론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돈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만약 의료보험 민영화 때문에 보험에 들지 못해서 감기 정도의 병으로 죽어야 하고, 곡물가격 인상 때문에 굶어야 하고, 수도 민영화 때문에 수돗물로 목욕 한번 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온다면, 그 참담함을 어떻게 감당 할 것입니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그 안전성에 대한 문제만으로도 아주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걸리면 100% 죽는다는 광우병의 위협만큼이나 무시무시한 한미FTA라는 재앙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이면에 숨어있습니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로 병을 고칠 수도 없고, 반도체를 태워서 추위를 물리칠 수도 없습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한미FTA에 목숨을 걸고 밀어붙이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똑바로 볼 줄 알아야, 참혹한 미래로부터 우리의 삶의 권리들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를 되돌리는 것은 그것을 지키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역사의식 없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을 담보로 한 반 민족적 정책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63) 미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이사장은 한국 사회의 광우병, GMO 위기에 대하여 이렇게 충고 했습니다.


미국 농림부가 쇠고기 생산과정을 잘 관리한다고 생각한다면 한국 정부는 어리석은(naive) 것이다. 나는 미국 농림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평생을 지내왔다. 육가공업계나 생명공학기업은 워싱턴에 엄청난 로비를 한다. 미국 정부는 때때로 로비에 의해 움직인다.


ㅡ“인류의 건강을 놓고 룰렛 게임(Roulette Game)을 하고 있다. 한국이 무턱대고 GMO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면, 결국엔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GMO나 미국 쇠고기를 받아들이기 전에 미래에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에 대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한국 국민, 정부, 시민단체가 과학자들과 함께 폭넓은 토론을 하기를 권한다. GMO나 쇠고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될수록, 여러분은 그것을 더욱 달가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에서 ‘GMO와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신중한 처사가 아니다.


  -광우병에 대해 얘기하자면,1990년대 초부터 나는 미국 농림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골육분을 먹이는 것이 잠재적인 광우병의 위험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미국 정부 입장은 광우병이 보고된 사례가 없으니 위험이 없고,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광우병에 걸린 소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아마 더 많을 것이지만 미국 정부가 모니터를 철저히 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다. 정부가 광우병 위험을 인정하면 고기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꺼려한다.

결국 우리의 지속적인 요구가 관철돼 1990년대 말에 골육분을 먹이는 것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위험은 존재한다. 지금 내게 미국 소고기가 광우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미국 정부가 광우병 위험에 잘 대처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도 알려져 있겠지만(PD수첩의 다우너 카우 동영상) 몇 달 전에 미국의 한 시민단체에서 도축장을 비밀리에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픈 소는 도축을 하면 안 되지만, 그들은 소의 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소를 도축했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큰 이슈가 됐다. 미국 농림부는 도축업계에 순진하게 대응해 왔다.


 ㅡ인류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현재 우리는 사람이 먹을 곡물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도축당할 소나 바이오연료를 위한 곡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첨단과학을 동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충분한 곡물을 생산하는 데도 굶주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할 일은 사료용 곡물은 줄이고, 식용 곡물을 늘리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ㅡ“인류는 지금 건강을 놓고 룰렛 게임(Roulette Game)을 하고 있다. 한국이 무턱대고 GMO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면, 결국엔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GMO나 미국 쇠고기를 받아들이기 전에 미래에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에 대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은 생존뿐 아니라 문화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한다.

유럽 사람들이 GM 식품을 싫어하는 이유는 치즈나 와인 등 음식의 지역색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미국은 패스트푸드 문화를 갖고 있지만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도 음식이 문화 정체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음식의 문화적 차원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안전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 유럽처럼 경계적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화학물질이든 음식이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는 도입을 보류하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야단법석을 떨며 그 문제에 대처했다. 그러면 안 된다. 이미 일어난 문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미리서 앞을 내다보고 후손들의 입장도 고려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근래에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개방으로 인한 광우병파동이 온 나라가 떠들썩함에도 미국산 소고기를 선호하면 이는 우리 몸에도 탁기로 쌓인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이미 일어난 문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행동해야 합니다.


자산어보에서 손암 정약전은 흑산도의 해중 물고기 생태를 정리하고 나서 그 서문에 수윤(修潤) 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는 남도인에게 당부하는 말로 ‘더욱 빛내라’ 는 뜻이라네요. 이 말뜻을 캐어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음식은 민족의 메시지이며 예술이며 철학이며 역사며 일차적 생존권의 밥상이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하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이는 꿀과 젖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가자라고 말하는 유목민족의 식탁과는 다른, 수천년을 지켜온 붙박이 식탁이 우리의 밥상이라는 뜻입니다.

뜨거운 국물이나 콩자반을 포크로 찍어 먹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웃기는 일입니까,

우리는 그런 민족입니다. 젓가락으로 콩알을 들어 올리던 민족이 얼마 전 줄기세포로 지구를 한번 들어 올리려 했는데 이제 콩알은커녕 김치조각 하나도 들어 올리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혀를 자극하는 맛에 있어서도 우리는 달다+시다= 달새콤하다, 달시큼하다 등 20여개의 맛이 그늘을 치고 여기에다 맵다 라는 말을 얹으면 매콤달콤새콤하다의 2대 교합이 또 그늘을 칩니다.

이렇듯 맛에 관한 한 다양한 언어들까지 세계 어느 국어사전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기할만한 사실이요 긍지라 여깁니다. 어디 맛뿐이겠습니까? 소리도 시도 예술도 그늘을 칠 때 장인의 솜씨가 들어나며 한국의 미인 또한 다 드러난 8등신이 아니라 외씨버선처럼 살며시 드리워진 감춤이 있을 때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입니다.

이것이 곧 한국인의 맛에 대한 성향이며 이 맛은 곧 우리민족의 멋이 되고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져 온 것입니다.



현대의 음식문화


 

서울시의 ‘자랑스런 한국음식점’ 선정위원, 농림부의 ‘전통식품’ 심사위원인 정혜경 박사는 자신의 저서 한국음식 오디세이를 통하여 이 시대 트렌드, 음식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는 새로운 미각의 시대다 세련된 음식문화는 엘리트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고급한 음식문화를 찾는 현상은 대개 명품열풍 다음에 온다고 한다.

값비싼 옷 수입 가방 등의 명품구매는 돈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은 경제적 풍요뿐 아니라 미식 감각과 문화적 취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문화적 행위다.

 

[슬로푸드가 뜬다]


20세기 후반은 경제와 정치면에서 미국의 독주시대였고 세계의 음식문화 역시 미국이 주도했다.

바로 미국식 패스트푸드와 패밀리레스토랑이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식 패스트푸드가 쇠락하고 아시아식 슬로푸드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빠르게 많이 먹는 것에서 벗어나 천천히 건강하게 먹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자연 친화적인 구호가 음식문화의 주요한 흐름이 될 것이다 글로벌화 속에서 엘리트층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하여 유기농 아시안 푸드가 전 세계에서 각광받으면서 오리엔탈시대 가 열릴 것이다.

 

[세상을 맛있게]

멋있어야 맛있는「味-美 동거시대」

「탐미(耽味)에서 탐미(耽美)로」



세계 제일의 음식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 요리를 댄다.


“미대륙 발견이후 다양한 음식재료가 들어오면서 프랑스 상류층은 ‘어떻게 하면 좀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하며 소스와 요리를 발명해 냈지만 대중들은 산업혁명 성공 뒤에야 음식의 맛을 추구하기 시작했다.‘포식(飽食)’이 달성된 뒤 ‘탐미(耽味)’를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탐미(耽味)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탐미(耽美)의 시대. 패션디자이너나 미술가들이 맛을 창조하는 작업에 동참하고 또 성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고 음식의 색깔을 생각해 낸다”며 “요리도 ‘오관(五官)’을 만족시켜야 한다”



패션과 요리는 유행을 탄다는 점에서도 서로 닮았습니다.


국내에서는 97년 말부터 하나둘씩 생겨난 퓨전 레스토랑이 ‘성업중’. 음악이나 패션에서 이질적인 장르를 결합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지칭해온 퓨전이 ‘맛의 문화’에까지 전파되고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동서양 요리법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을 찾아내 진정한 감동을 주는 요리, 즉 전통요리에 뿌리를 두고 보편적인 맛을 지닌 컨템퍼러리 퀴진 같은 특이한 요리가 유행할 것이다.



[패스트푸드 대(對) 슬로우푸드] 동아일보 김진경기자


  패션푸드건, 퓨전푸드건, 아니면 컨템퍼러리 퀴진이건 ‘감동’과 정성이 없는 음식은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패스트푸드가 그것.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는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서 음식 뿐 아니라 산업 제도 소비생활 심지어 인간 심리 등 사회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맥도날드화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맥도날드화는 효율성을 자랑하나 패스트푸드점 계산대의 긴 줄은 비효율성을 보여준다. 맥도날드는 음식 대신 놀이기구나 화려한 상징물로 즐거움에 대한 환상을 제공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것이 인간이성의 발현을 부정하는 합리화된 체계로 돼있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동으로 어머니의 손맛이 밴 전통적 음식, 말하자면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요즈음. ‘감동’과 음식을 먹든, ‘효율성’과 즐거움을 먹든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선택할 자유가 보장되는 한….


  이런 흐름에 발맞춰 세계 곳곳에서는 컨템퍼러리 퀴진을 새로이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육류와 동물성지방을 많이 쓰는 전통적 서구 음식문화의 중심이 동양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요즘, 각광받는 한국형 컨템퍼러리 퀴진을 한번 상상해 봅니다.

한국음식은 영양과 조리법 그리고 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할 때 충분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음식이 세계화 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이상적인 자연건강식 이라는 점이다. 요즘 겉으로는 건강해보여도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 과다 등으로 고생하는 성인병 환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성인병의 원인에는 운동부족을 비롯한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나는 식생활의 변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고열량 식습관으로 성인병 증가율이 위험 수준에 이르자 내놓은 해결책이 이상적인 자연건강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그동안 선진문화라며 무턱대고 받아들인 서양의 기름진 음식문화가 이제는 우리 건강까지 심각할 정도로 망쳐놓고 있습니다.



[한국음식에 숨겨진 놀라운 건강성]


  제가 새삼 우리 조상들께 감사하는 것은 먹을거리가 풍요롭지 않던 시절의 유산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생활 문화를 유지하면 적어도 서구사회에서 크게 문제시되고 있는 각종 성인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음식의 우수함은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합니다.

그런데 우리 신세대들에게 우리 음식이 왜 외면당하고 있을까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제 음식은 더 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코드의 일종인데 아직 한국음식은 문화적인 코드로는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 약 50년간의 우리 역사를 한번 돌이켜 봅시다.

집과 옷은 모두 서양식으로 탈바꿈해 버렸고, 한복은 명절에나 입고 한국인들의 의생활에 있어서 아주 소소한 부분만 차지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음식은 여전히 매일 한국음식의 삼총사라 할 수 있는 밥과 국 김치를 먹습니다.

물론, 일식 중식 서양식을 비롯해 햄버거 피자 오뎅 같은 수많은 종류의 패스트푸드를 먹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 음식의 주류를 바꿔놓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식탁도 많이 변모했고 특히 서구의 다국적 식품산업은 우리의 음식문화를 급속도로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식생활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을 느끼며 최근에 큰 사회문제로까지 번진 식품첨가물로 칵테일 된 공장 가공식품의 실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생활방식은 여러모로 서구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전통만은 비교적 많이 남아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왜 그럴까? 그저 입맛이 보수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또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런 질문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음식의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책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밥 국 김치를 먹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음식의 특성과 원리 철학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찾아낸 흔적이 별로 눈에 띄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문화의 여러 요소 가운데 한국음식이야말로 이상적인 건강식품으로 국제적으로도 대단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음식의 원리를 찾아가는 항해]


   요즈음 사회 곳곳에서 한국음식을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이른바 퓨전음식 붐이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할만하지만 근본이 갖추어진 다음에 시도해야 경쟁력 있는 작품도 나올 수 있다. 그저 전통적인 음식을 적당히 섞어 만든다고 해서 새로운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새로운 음식은 전통적인 원리에 충실할 때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음식이 만들어지는 원리나 철학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그 정신을 살리면서도 얼마든지 파격적인 변모가 가능하다. 한국음식의 문화적 차원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의 지름길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간 한국음식은 젊은 세대에 전혀 새롭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가장 유행하는 화두는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입으로는 문화를 말하지만 도대체 그 문화의 진수는 무엇일까? 아마 다방면에서 우리문화에 관한 설명이 있겠지만 나는 여수 향토음식이야말로 여수문화의 진수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음식을 문화로 이해하고 즐겨 온 민족을 수준 높은 문화민족으로 이해하는 지금 바로 음식이 이러한 문화적 성취를 이뤄 왔기 때문입니다.

 

  2003년 우리 궁중음식을 주제로 다뤘던 TV드라마 ‘대장금’이 여러 나라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고, 또 전라도 지역의 계절에 따른 음식이나 혼례음식 상차림이 아름답게 묘사된 최명희의 ‘혼불’도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화양적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우리 음식의 기본철학인 섞임의 미학과 오방색이 언어로 되살아나는걸 느낄 수 있었으며, 음식묘사로 우리의 삶과 문화를 섬세히 드러낸 이 책을 읽으면서 문화적 코드로서 우리 음식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지금처럼 도시 생활이 보편화되고 지역별 특성이 사라진 시대에 절기와 지역에 따라 구분되는 음식들이 새삼스럽거나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 세대에게 외면당하는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마침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우리조상들이 남긴 중요한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대하며 우리음식에 담긴 철학과 내용을 살펴서 그 속에 깊이 숨겨진 여수만의 맛과 멋의 아름다운 원형을 밝혀보고 싶습니다.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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