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박진규
사직시장 한 쪽에 할머니 오도카니 앉았다
그앞에 애호박 두 개 또 그리 앉았다
세 개도 아니고 다섯 개도 아니고 달랑 두 개
고려청자라도 두 점 흥정에 부치려는 폼이다
아이 머리만한 것이 아직 푸른 것이
굴러가지 말라고 잔돌로 공구었다
풀숲에서 이제 막 자리 잡았을 저 어린 것들
내일 내일 또 참고 참다가
똑 똑 따서 시장에 들고 나온 할머니
그 횅한 생의 자리 생각나는지
풋것 들에게 눈도 못맞추고 앉았다
―국제신문 [아침의시]
▶박진규=1963년 부산 출생.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 전 부산매일신문 기자.
현재 부경대 홍보팀장.
시작노트=번잡한 시장바닥에서 그 조그만 사물은 왜 고무줄 튕기듯 나에게 다가와 슬픔을 불러 일으켰을까?
그 무르고 달콤한 것은 왜 애잔한 것인지. 아무렴, 세상에 슬픔이 천성 아닌 사물 어디 있으랴.
그대, 이제 뜨거운 슬픔 없이 애호박 먹지 못하리.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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