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박진규] 애호박

문근영 2010. 7. 12. 10:58

 

애호박

 

박진규

 

 

사직시장 한 쪽에 할머니 오도카니 앉았다

그앞에 애호박 두 개 또 그리 앉았다 

세 개도 아니고 다섯 개도 아니고 달랑 두 개

고려청자라도 두 점 흥정에 부치려는 폼이다

아이 머리만한 것이 아직 푸른 것이

굴러가지 말라고 잔돌로 공구었다

풀숲에서 이제 막 자리 잡았을 저 어린 것들

내일 내일 또 참고 참다가

똑 똑 따서 시장에 들고 나온  할머니

그 횅한 생의 자리 생각나는지

풋것 들에게 눈도 못맞추고 앉았다

 

 

―국제신문 [아침의시]

 

▶박진규=1963년 부산 출생.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 전 부산매일신문 기자.

현재 부경대 홍보팀장.

 

시작노트=번잡한 시장바닥에서 그 조그만 사물은 왜 고무줄 튕기듯 나에게 다가와 슬픔을 불러 일으켰을까?

그 무르고 달콤한 것은 왜 애잔한 것인지. 아무렴, 세상에 슬픔이 천성 아닌 사물 어디 있으랴.

그대, 이제 뜨거운 슬픔 없이 애호박 먹지 못하리.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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