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시는 짧아야 좋더라 / 박석무

문근영 2010. 7. 1. 07:13



 

427

 

시는 짧아야 좋더라


시의 경서(經書)가 『시경(詩經)』입니다. 사서오경에 『시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컸으니, 시라는 예술이 우리 인간사에 얼마나 큰 구실을 했었나를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산은 여러 곳에서 시론을 깊이 논하면서 술 마시는 이야기나 바둑장기 놀이 따위야 시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바람이 불고 달이 밝다는 따위의 시제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현재 전해지는 단시, 장시, 서사시 등 도합 2500편이 넘는 정도의 다산시가 있습니다.

많고 많은 긴긴 장시들이 있기도 하지만, 다산은 『시경』의 본뜻에 따라 5언시나 7언시보다는 4언의 짤막한 시들이 자신의 회포를 푸는데 적합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유산(酉山)」이라는 제목의 시는 참으로 짧지만 너무 비통한 내용의 시입니다. 시제부터 설명합니다. “유산은 유배인의 상념이다. 자신의 가정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의 표현이다”라고 설명하고는 자신의 고향집 뒷산의 이름으로 지은 시였습니다.

    
그물을 쳐두었더니                       有羅其張
    토끼가 그물에 걸렸네                   有兎其離
    발에 털이 더부룩한 수토끼            撲朔其股
    암토끼 바라본다네                       爰顧其雌
    그 광경 돌아보니                         盼其顧矣
    내 마음도 슬퍼진다오                   我心傷悲


설명도 필요 없이 갇힌 자의 서러움이 핍진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짧은 4언시가 이처럼 좋다는 것을 알고서 지은 시입니다.

우리 시대의 시인 이시영이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라는 제목의 시집을 간행하고는 제게도 한권을 보내왔습니다. 언제나 즐겨 읽던 이시영의 시였기에 대강 읽어보았습니다. 긴 시도 있었지만 짧은 시가 매우 많았고, 시답지 않게 신문의 기사도 인용하고 남의 시도 따다 썼지만 우리 다산연구소의 다산포럼의 글에서도 인용하여 시를 지었습니다. 이상도 하구나 여겼는데 「평택 지나며」라는 짤막한 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병점 지나 서정리 지나 평택 들판에
    우뚝 솟은 느티나무 한 그루,
    그 아래 방금 보습 대어 갈아붙인
    찰흙 위로 쏜살같이 내리꽂히는 제비새끼들의 강철 입이여!


시의 전문입니다. 천안에 있는 단국대로 강의 다니면서 기차 안에서 읊은 시인 것 같은데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평택에 왜 제비들의 강철 입이 내리꽂힐까요.

대단한 시입니다.

박석무 드림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목록보기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