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없애야할 벼슬 / 강명관

문근영 2010. 6. 3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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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야할 벼슬

                                                          강명관(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다산은 『직관론』이란 글을 두 편 남기고 있다. 그 중 1편을 읽어보자.『직관론(1)』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떻게 해야 천하가 다스려질까? 관각(館閣)과 대간(臺諫)의 벼슬을 없애버려야만 천하가 다스려질 것이다.

어떻게 해야 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관각과 대간의 벼슬을 없애버려야만 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임금의 덕(德)이 바르게 되고, 어떻게 해야 백관(百官)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어떻게 해야 조정의 기강이 서고, 어떻게 해야 풍속이 인정스러워질까?

관각과 대간의 벼슬을 없애버려야만 임금의 덕이 바르게 되고, 백관이 직무를 잘 수행하게 되고, 기강이 서고 풍속이 인정스러워질 것이다.

             왕의 측근에서 보좌하거나, 간쟁과 감찰을 하는 요직

관각이란 홍문관·예문관·규장각 등을 말한다. 조선시대는 이 관청의 벼슬을 가장 명예로운 것으로 쳤다. 관각의 직무와 구성원은 서로 겹쳐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싸잡아 말해 본다. 이곳의 벼슬은 대개 문학에 관련된 일을 맡는다. 관각의 가장 큰 임무는 왕의 교서를 대신 작성하고, 왕의 자문에 응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또 유교 경전이나 역사서로 왕을 가르치는 경연관이기도 하고, 또 사관으로서 왕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참석하여 사초(史草)를 작성하기도 한다. 곧 왕과 국가, 왕실과 관련하여 최고의 문학적 능력을 발휘하는 벼슬이 대각의 벼슬인 것이다.

대간은 사헌부와 사간원을 말한다. 사헌부는 왕에게 관리의 부정을 고발, 탄핵하고, 관리의 인사 발령 과정에서 하자 여부를 조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사간원은 국왕에 대한 간쟁(諫諍)을 전담하는 관청이다. 원칙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제 활동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에 합쳐서 양사(兩司)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 중요한 관직을 다산은 왜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관각은 평소 임금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벼슬이고, 또 반드시 관각을 거쳐야 고위관직으로 출세할 수 있었다. 사헌부와 사간원의 관직은, 관리에 대한 탄핵, 왕에 대한 간쟁을 담당하기에 당쟁이 일상화된 조선후기 정계에서는 당파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런 이유로 관각과 대간은 다산의 시대에 양반들이 가장 선호하는 벼슬이었다.

여기서 다산이 살았던 시대가 서울의 열 몇 개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던 시대였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관각과 대간 벼슬이 특정 당파, 특정 가문의 독점적 소유물이 되어 있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득권을 쥔 자들은, 아무리 문학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아무리 강직한 사람이라도, 자기 당파, 특정 가문 출신이 아니면 골라내어 버린다. 예컨대 홍문관 벼슬을 할 사람을 선발하는 과정을 보자. 과거 합격자 명단이 나오면, 홍문관에서는 그 중에서 홍문관의 벼슬을 할 사람을 골라 홍문록이란 명부를 작성해 의정부에 올린다. 의정부에서 홍문록에 오른 사람의 등수를 매겨 왕에게 보고한다(도당록의 작성). 왕은 도당록의 순위에 따라 교리, 수찬 등을 임명한다. 이런 식으로 기득권층은 국가 권력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고 있으면서 이질적인, 적대적인 부류를 솎아내었던 것이다. 이것이 조선후기 벌열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방법이었다.

           역량과 강직성 없는 몇 당파와 벌열이 차지하고 있으니

관각은 원래 문학적 역량이 가장 출중한 사람을 뽑아 국가의 인문적 과업에 쓰자고 만든 관직이었고, 대간은 원래 곧고 강직한 사람을 뽑아서 비리를 적발하거나 왕의 잘못을 바로잡자고 만든 관직이었다. 하지만 관각과 대간은 다산의 시대에 당파와 벌열의 사유물로 전락해 있었다. 관각은 벌열가의 젖비린내 나는 아이들의 출세도구가 되었고, 대간은 상대 당파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던 것이다.

다산은 관각이나 대간은 성인이 다스리던 시대에는 없던 것이라 말한다. 유가의 성인인 순임금이 다스리던 시절에는 오직 문학적 역량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고, 강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직하게 임금에게 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시대에 와서는 관각과 대간이 그 역할을 독점하기에, 다른 사람은 아무리 빼어난 문학적 역량이 있어도, 아무리 임금을 향한 충분(忠憤)의 마음이 있어도, 그것을 펼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하여, 그는 차라리 관각과 대간을 없애버리자고 말하는 것이다.

?직관론?을 읽으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관각과 대간은 어떤 자리인지, 또 그 자리는 어떤 성격의 사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지 퍽 궁금하다. 이런 방면에 대한 연구는 없는 것인가? 있는데도 내가 모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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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명관
·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저서 :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200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푸른역사, 2001
     『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공간』, 소명출판, 1999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길, 2006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소명출판, 2007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푸른역사, 2007 등 다수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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