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유음法頂遺音 - 임보
한 분의 현자가 세상을 떴다
무소유의 화두로 한평생을 맑히던 선사
드디어 마지막 남은 육신마저 버렸다
밀려오는 사바의 물결
떨쳐버리기 어려운 ‘유명(有名)’을 피해
아무도 모른 산속의 너와집에 몸을 숨기던 그
이젠 적멸(寂滅)의 자유 속에 들어 평안하신가
生也一片浮雲起(삶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 사라짐일 뿐)
생사의 경계가 없다고 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얼마나 적막한가
관도 만들지 말고
빈소도 마련치 말고
사리(舍利)도 찾지 말고
남긴 글들도 다 절판(絶版)하라는―
그의 유음이 너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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