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병상에 누어 보니! - 법정 스님

문근영 2010. 6. 22. 10:22

'무소유' 법정 스님, 위중

 

연합뉴스 | 입력 2010.03.05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산문집 '무소유' 로 잘 알려진 법정(法頂)스님(78)의 병세가 위중하다.

5일 조계종에 따르면 최근 3-4년간 지병인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몇차례 수술과 치료를 받은 법정스님은 지난 겨울 제주도에서 요양해왔으나 병세가 악화하면서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스님은 현재 의식은 또렷한 상태지만 병세가 많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955년 출가한 법정 스님은 1976년 대표적인 산문집 '무소유'를 출간한 이후 불교적 가르침을 담은 산문집 '영혼의 모음', '텅빈 충만', '물소리 바람소리', '오두막 편지'등 산문집과 번역서 20여권을 내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1997년에는 기부받은 성북동 요정 대원각을 길상사로 탈바꿈시켜 개원한 이후 정기적으로 대중법문을 들려줬다.

1975년부터 17년간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서 지낸 스님은 1992년부터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왔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하면서 길상사의 정기법회에는 지난해 4월19일 봄 정기법회를 끝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법정스님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의식한 듯 2008년 11월에는 길상사 소식지에 실었던 수필들을 모아 '아름다운 마무리'를 출간했고, 지난해 6월과 11월에는 2003년부터 했던 법문을 묶은 첫 법문집 '일기일회'와 두번째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냈다.

chaehee@yna.co.kr

 
 

 

 

병상에 누어 보니! - 법정 스님

병원에는 친지들이 입원해 있을 때 더러 병문안을 가곤 했는데,
막상 나 자신이 환자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아님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앓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며 따뜻한 손길이 따르기에 결코 자신만의 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면서 나는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보다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지내온 내 삶의 자취를 돌이켜 보니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았다.
주어진 남은 세월을 보다 알차고 참되게 살고 싶다.
이웃에 필요한 존재로 채워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앓게 되면 철이 드는지 뻔히 알면서도 새삼스럽게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나를 에워싼 모든 사물에 대해서도 문득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으면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사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병상에서 줄곧 생각한 일인데 생로병사란 순차적인 것만이 아니라 동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자연사의 경우는 생로병사를 순차적으로 겪지만 뜻밖의 사고(事故)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차례를 거치지 않고 생(生)에서 사(死)로 비약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삶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인생을 하직하더라도 후회 없는 삶이 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언제 어디서나 삶은 어차피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순간을 뜻있게 살면 된다.

삶이란 순간순간의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