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茶山이야기] 돌모루 이별(石隅別) / 박석무

문근영 2010. 6. 21. 16:11

돌모루 이별(石隅別)


세상에 값있는 것이 기록(記錄)입니다. 만약 기록이 없다면 어떻게 역사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참으로 감사한 일은 기록에 게으르지 않았던 다산의 부지런함입니다. 했던 일이야 말할 것 없이 지나는 곳, 머무른 곳, 일이 있었던 곳은 물론, 만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놓치지 않고 그렇게 자상하게 적어 놓은 것이 바로 다산의 기록입니다.

그러한 기록 때문에 어느 누구 못지않게 다산의 일생은 비교적 소상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흔 살의 2월 초에 일어난 신유옥사 때문에 감옥에 갇혀 모진 국문을 받으며 19일 동안 온갖 고초를 겪고 2월 28일에 경상도 포항 곁의 장기라는 곳으로 귀양살이를 떠났습니다. 출발할 때에 나이 드신 숙부들이나 큰형님까지 따라 나와 떠나는 다산을 배웅합니다. 남대문 밖으로 3리 지점인 석우촌(石隅村), 즉 돌모루 마을에서 노인들과는 헤어지고 젊은 아내나 아들들은 더 멀리까지 환송해주었습니다.

돌모루는 지금의 용산구 어디쯤일 것 같으나 상전벽해로 변한 지금, 정확한 곳은 알 수 없으나 숙부들이나 형님을 이별한 슬픈 노래는 시집에 실려 있어 우리를 울려주고 있습니다.

    쓸쓸하고 처량한 돌모루 마을                       蕭颯石隅村
    가야 할 앞길 세 갈래로 갈리네                     前作三叉岐
    서로 장난치며 울어대는 두 마리 말               二馬鳴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나보네                       似不知所之
    한 마리는 남으로 가야하지만                       一馬且南征
    한 마리는 동으로 달려 갈거네                       一馬將東馳
    숙부님들 머리와 수염 하얗고                        諸父皓須髮
    큰형님 두 뺨엔 눈물이 엇갈리네                    大兄涕交
    젊은이들이야 다시 서로 만나겠으나               壯者且相待
    노인들 일이야 누가 알겠나                           耆 誰得知
    잠깐 더 잠깐 더 머뭇거리다                          斯須復斯須
    해가 이미 서산에 기울었네                           白日已西
    가자꾸나, 다시는 돌아보지 말고                    行矣勿復顧
    마지못해 다시 만날 기약 남기면서                  勉留前期 (「石隅別」)

둘째 형님 정약전과 함께 떠나는 귀양길이어서 두 마리 말, 하나는 남쪽으로 하나는 동쪽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감옥에서 셋째형 정약종은 참형을 당해 죽고, 슬프고 서러운 형제가 그곳에서 이별합니다. 아내와 아들들은 사평(沙坪), 즉 오늘의 반포동 어디쯤에서 또 헤어지면서 이별시를 씁니다.

이런 이별의 고통과 비애를 참고 견딘 그들 형제, 그래서 큰 학문을 이룩했을 것입니다.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