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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불편한 진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 임성진

문근영 2010. 5. 24. 15:55

‘불편한 진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유가가 쉼 없이 치솟더니 급기야 배럴당 100달러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20달러 수준이었으니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 특히 석유는 수요의 탄력성이 낮아 가격이 상승해도 소비량에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물가폭등과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걱정스럽다.

교과서적 상식으로는 공급량을 늘림으로써 가격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석유는 부존량에 한계가 있고, 최근에는 중국 등의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생산가능량이 이미 정점을 지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석유고갈을 우려한 산유국들이 공급량을 마냥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고유가에 공급량도 마음껏 확보하기 어려운 암울한 상황이 이어진다. 그래서 결국 정부는 막대한 돈을 싸들고 새로운 유전이나 가스 공급처를 찾아 나서기에 급해졌다.

유가 100달러, 탈석유화와 환경시대로

설사 안정된 공급처를 비싼 돈을 지불해서 구한다 해도 석유자원은 이미 과거처럼 펑펑 쓸 수 없는 자원이 돼버렸다. 지구온난화의 위협으로 인류가 더 이상 화석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가 100달러시대는 결국 석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탈석유화 시대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뉴스가 하나 있었다.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미국의 앨 고어 전부통령과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선정된 일이다. 당시 노벨재단은 “기후 변화에 관한 실상을 널리 전파하고 인류가 기후문제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노벨평화상은 원래 국가 간의 우호, 군비감축, 평화교섭 등에 큰 공헌이 있는 인물이나 단체에게 주어지던 상이다. 2004년에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에가 이 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환경운동보다는 흑인운동가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던 경우였기 때문에 이번 수상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해에 ‘노벨환경상’ 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만큼 환경문제는 노벨상 결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

IPCC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설립한 유엔 산하 정부간 협의체로서 전 세계 130여개국과 20여개 국제기구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 3000여 명이 5∼6년에 한 번씩 지구온난화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발표한 4차 보고서에서는 2080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이 1.8~4.0°C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금세기 안에 0.8~3.5°C 상승할 것으로 전망 했던 2차 보고서보다 더 높은 수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난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어 충격을 주고 있다.

앨고어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도 IPCC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온난화의 위험성을 사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런데 노벨상수상 발표 후 이 영화의 일부내용을 가지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여기서의 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아직도 축소 또는 외면하려는, ‘진실이 불편한’ 주장들이 사람들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와 대재앙, 우리가 취할 정치적 선택은 불가피

일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 지구는 평균 3°C 정도 따뜻해짐으로써 인류의 농경생활이 가능해졌으며, 이후로 오랜 세월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1°C 이상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 만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왔다. 간혹 작은 수준의 기후변화가 발생한 시기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인류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해야했다.

서기 375년경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로마제국의 멸망은 당시 지구평균온도의 소폭 하강이 원인이었다. 이후 0.5°C정도의 기온상승으로도 바이킹족이 그린란드에서 가축을 기르고 미국으로의 해상진출이 이루어졌다. 1300년경부터 지구평균온도가 1°C 하락한 적이 있는데, 이후 몇 백 년 동안 세계는 극도의 암흑시대에 빠졌다. 곡식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기아와 전염병이 창궐해 인간의 평균수명이 10년이나 줄어들었으며, 당시 유럽인구의 ⅓에 해당하는 2,500만 명이 페스트로 사망했다. 이러한 이유로 역사학자 램(Lamb)은 중세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말했다.

현재 인류는 금세기 안에 최소 2°C이상의 기온상승을 피하기 어려우며 그 이상의 기후변화는 어떻게든 막아내야 대재앙을 모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온난화가 그 정도 내에라도 머물도록 하려면 지구촌은 세기말까지 현재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절반이상으로 줄여야 한다. 이는 선진국에게 80%이상의 배출량감소를 요구하는 수준으로서 온실가스감축에 인류가 얼마나 절박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유가 100달러시대와 지구온난화 노벨평화상의 등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스스로 병들어가는 낡은 개발과 구태의 지속이냐, 아니면 자연과 공존하며 인간적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창조적인 발전이냐를 앞에 놓고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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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성진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부교수(환경·에너지정책)
· 전주대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
· 제8기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전 베를린 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FFU) 연구원
· 저서 : 『Least-Cost Planning als Losungsansatz klimabezogener Energiepolitik』,『물문제의 성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