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답게 떠나는 것에 대하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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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바꿔 타면서 보니, 광화문 교보빌딩에는 “버리고 떠나야 할 것이 /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것은 도종환의 시 ‘단풍드는 날’의 첫 연이었는데 뒤에 찾아낸 그의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흔히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 말하지만, 가꾸어온 것을 거두어들이는 행복감보다는,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는 감상을 더 진하게 안겨주는 것이 가을이다. 가을은 확실히 떠나는 일, 헤어지는 일을 한번쯤 생각하게 해주는 계절이다. 그런 점에서 사색하는 계절이요, 철학하는 계절이다. 봄에 출가(出家)한 사람보다 가을에 출가한 사람이 중(僧)으로 남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법정(法頂)의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봄의 분위기에 들떠서 한 결정보다는 가을의 고뇌와 사색 끝에 내린 결단이 더 단단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것들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스스로 알고 떠난다. 그래서 시인의 노래처럼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아름답게 불타는 단풍을 내려놓고 떠나는 낙엽이 그렇고,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지는 꽃잎이 그렇다. 동백꽃이 우리들의 뇌리에 아련한 것은 화려함의 절정에서 그 붉은 꽃잎을 떨어뜨리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것들은 이렇듯 떠날 때는 말없이,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다. 사람도 저와 같았으면. 그러나 사람들의 떠남에는 미련과 아쉬움이 너무도 많다. 임기를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지난 9월 제주 혁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해서는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대못을 박아두고 싶다”고 하더니,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임기 마지막 날 끊은 어음이라도 후임 사장이 존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른바 취재선진화방안과 관련해서도 말뚝박기와 대못질을 거듭하고 있다. 이 나라 이 공동체를 위해서 꼭 필요하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면 어음 쓰고 도장 찍지 않아도 이루어질 것이요, 마땅히 지켜져야 할 사안이라면 말뚝 박고 대못질하지 않아도 역사와 국민이 지켜낼 것이다. 말뚝 박고 대못질한다고 해서 그것이 지켜진다는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란 그 시대, 그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주고 가는 사람이다. 박힌 것이 있으면 뚫고, 가로막는 것이 있으면 치워주고, 발목 잡는 것이 있으면 뿌리쳐주고, 그리하여 문제를 남겨놓고 떠나기보다는 뒤끝이 깨끗하게 청소하고 떠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떠날 때는 뒷사람에게 “나를 딛고 일어서라”는 말 한마디쯤 남기고…. 그의 억하심정(抑何心情)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바람처럼, 물처럼, 자연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떠났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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