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사(地師)에게 묻지 말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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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85년 전,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회갑일(回甲日)에 유언장을 써두었는데 그 중에, 자기가 죽으면 “집의 동산에 매장하고 지사(地師)에게 물어보지 말라”는 대목이 있다. 이렇게 쓰고서도 다산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돌아가신 부모를 좋은 곳에 모시고 싶은 것은 모든 자식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살았을 때 그 뜻을 받들지 않고 죽었을 때 그 뜻을 좇지 않으면 모두 효(孝 )가 아니다.” 다산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다산이 임종한 여유당(與猶堂)의 뒷동산에 매장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다산묘소이다. 다산은 평소에도 풍수설(風水說)을 비롯한 일체의 미신적 행위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이었다. 갑자(甲子), 을축(乙丑)의 천간지지(天干地支)로 택일(擇日)하고 길흉을 점친다거나, 얼굴 모양으로 운명을 판단하는 관상법 등이 허무맹랑한 것임을 명쾌히 변증했다. 다산은 풍수설에 대해서도 “꿈속에서 꿈을 꾸는 것이고 속임수 중에서 또 속이는 것이다”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사(地師)의 자손 중에 홍문관 교리나 평안도 관찰사로 된 자를 몇이나 보았는가. … 재상으로서 풍수설에 반하여 그 부모의 무덤을 여러 번 옮긴 사람도 자식이 없는 자가 많고, 사서인(士庶人)으로서 풍수설에 혹해서 그 부모의 무덤을 여러 번 옮긴 사람이 괴상한 변고를 당한 자가 많다.(「風水論」) 185년 전 다산의 생각이 이러했는데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가? 아직도 이사할 때에는 이른바 ‘손 없는 날’을 가려서 하고, 결혼 날짜도 길일을 택해서 정한다. 심지어 집안에 못 하나 칠 때에도 방위와 날짜를 가리는 사람이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국회의원 선거철이 오면 전국의 점쟁이들이 대목을 맞는다고 한다. 다행하게도 묘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좁은 국토에 점점 늘어나는 묘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이제는 화장(火葬)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수목장(樹木葬)까지 등장했다. 이런 추세인데도 사회 지도급 인사가 현대판 지사(地師)라 할 수 있는 ‘풍수지리 연구가’에 의뢰하여 조상의 묘를 대규모로 이장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능히 일세를 호령할 만큼 총명하고 유능한 자가 조정의 높은 자리에 앉아서도 그 자손을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덤 속의 마른 뼈가 어찌 자손들에게 혜택을 베풀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185년 전의 다산 선생에게 부끄러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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