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승리한 쪽이나 패배한 쪽 어느 곳에든 말이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참패한 어떤 정치집단에서 자신들은 ‘폐족(廢族)이다’라는 글이 나와 세상에서 큰 화제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우리는 폐족이다”라는 제목의 글에,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입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입니다”라는 사죄의 뜻으로 폐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그 보도에는 폐족의 의미까지 설명했습니다. “조선시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후손이 벼슬에 오르지 못하는 일족”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 단어는 강진에서 귀양 살던 다산 정약용이 고향에 두고 온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사용한 단어라고까지 부연해서 설명합니다.
그렇습니다. 다산이 귀양살이 초기에 집으로 보낸 편지에 ‘폐족’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폐족으로서 글을 배우지 않고 예의가 없다면 어찌하겠느냐”, “청족(淸族)일 때는 글공부를 하지 않아도 혼인도 제대로 하고 군역도 면할 수 있으나 폐족이 되어 글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폐족의 처지를 제대로 대처한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그것은 오직 독서하는 일 한 가지뿐이다. 독서야말로 인간의 제일가는 깨끗한 일이다”라는 다산 편지에서 폐족이 자주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 간절한 대목도 있습니다. “너는 지금 폐족이니 만일 그 폐족의 입장을 잘 대처하여 본래의 가문보다 더 완전무결한 집안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기특하고 아름다운 일이겠느냐”라는 내용에서, 다산이 왜 자주 폐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가의 본뜻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최고의 위기에서 좌절하지 않고 더 나은 처지에 이르고, 절망의 늪에서 주저앉지 않고 희망과 꿈을 향해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북돋아주려는 뜻에서 다산은 아들들에게 폐족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치집단에서 사용한 ‘폐족’이라는 단어도 그런 뜻에서 사용한 내용이면 의미가 깊다고 여기지만, 깊은 반성과 참회도 없이 그냥 폐족이라고 했다면 의미가 적습니다. 다산의 본뜻을 십분 이해하여 더 전진하고 더 큰 희망과 꿈을 실천할 의지로 사용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