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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동물복지 / 송재소

문근영 2010. 5. 15. 13:47

동물복지


최근 ‘동물복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 EU측이 통상조건 가운데 하나로 동물복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교역대상이 되는 식용 동물의 권리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동물복지에 관한한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동물복지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돼지농가의 돼지 사육 실태조사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번식용 어미 돼지는 ‘스톨’이라고 불리는 폭 60cm, 길이 200cm의 금속 틀에서 산다. 평생 한쪽 벽만 보고,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만 할 수 있다. 생후 230-240일쯤부터 ‘교배당하기’ 시작해 114일 임신하고서 새끼를 낳고 다시 교배 당한다. 새끼 돼지는 생후 10여 일쯤 지나면 송곳니와 꼬리가 잘려나간다. 마취는 하지 않는다. 돼지 10마리 중 3마리가 질병으로 숨을 거둔다.(조선일보, 2007, 12, 11)

아무리 동물이지만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알 낳는 기계’로 살다가 폐계(廢鷄)가 되어 통닭집으로 팔려가는 닭들의 슬픈 운명도 돼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고통 받으면서 사육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

그래서 서구에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동물 권익 보호운동이 일어났다. 예컨대 닭 한 마리 당 닭장의 넓이를 늘리고 도축 48시간 전에는 닭을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든가, 도축장 안에서 가축을 옮길 때 가축이 걷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운반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 것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1876년 세계 최초로 ‘동물학대방지법’을 제정한 영국의 농장동물 복지위원회가 1996년에 제정한 ‘동물의 5대 자유’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5대 자유란 ①갈증, 배고픔, 영양결핍으로부터의 자유 ②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③고통, 상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④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⑤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이다.

고통 받으면서 사육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이 ‘동물의 5대 자유’가 일면 타당성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어쩐지 개운하지 못하다는 느낌 또한 떨쳐버릴 수 없다. 이 정도의 자유라면 인간에게 적용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세계인구의 6분의 1인 10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10억 명의 극빈층이 과연 이러한 ‘5대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아니 ‘5대 자유’를 온전히 누리는 인구는 10억 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10억 인간에 대한 애정을 먼저 가졌으면

인간과 가축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가축이란, 원래 야생에서 살던 것을 인간이 이용하기 위하여 길들여 기르는 동물이다. 때로는 인간의 노동력을 덜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식량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털과 가죽으로 인간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가축은 인간에게 있어서 이용의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축을 학대해도 좋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축을 학대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가축도 엄연한 생명체이다. 생명의 존엄성은 인간이나 가축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과 가축을 놓고 볼 때 인간이 더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영국의 한 동물보호 단체가 어느 종합병원에 보낸 편지에서, 그 병원이 흰쥐를 실험용으로 계속 사용하면 병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한다. 동물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동물을 인간보다 더 우선시한 경우이다.

EU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수입된 닭고기를 먹으면서 ‘이 닭은 어떻게 길러졌을까? 이 닭이 도축되기 48시간 전에 학대받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10억 이상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먼저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