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예산 추사고택과 기념관 & 조각공원 (상)

문근영 2010. 5. 4. 12:46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소재한 <추사고택 秋史故宅>을 찾았습니다.

얼마전에 들렀을때 '추사기념관'이 개관한 것을 보고 이번에는 카메라를 가지고 갔습니다.

추사고택은 전보다는 환경이 많이 좋아지고 부대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어느 시대의 문화적 유물, 국적불명의 미색 단청이 아직도 남아있는 추사고택 관리사무소

 

고택 입구에 새로 개관한 추사기념관(秋史紀念館)

선생이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을 생각한다면 늦은 감이 있지만 참 반가운 일입니다.

 

완당선생의 묘 앞의 잘생긴 소나무

 

우선 벤치에 앉아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선생의 묘소를 바라봅니다.

조선이 낳은 천재,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 역사가 흐를수록 오히려 크게 다가오는 거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추사고택(秋史故宅)

원래의 모습 보다 많이 축소되었다고 하는데 원형을 복원한다면 그 자체가 기념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秋史先生學藝術碑(추사선생학예술비)

'국보'「세한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畵法有長江萬里 書勢如孤松一枝

 

화법(畵法)에는 장강(長江) 만리(萬里)가 들어 있고,

서세(書勢)는 외로운 소나무 한 가지와 같다.

 

 

사대부(士大夫) 가옥의 한 전형(典型)인 '솟을대문'

 

'솟을대문'을 들어서자 백매(白梅)가 꽃을 틔우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백의 시 중에 <獨坐敬亭山> 이 있는데 주련에는 "경정산에서 돌난간의 서쪽를 바라본다" 라고 써 있습니다.

 

솟을대문 안쪽 기둥의 주련의 글씨.

 

 遠聞佳士輒心許 (원문가사첩심허)

멀리서 훌륭한 선비의 소문을 들으면 금방 마음을 터놓게 되고,

老見異書猶眼明  (노견이서유안명)

늙어서도 특이한 글씨를 보면 오히려 눈이 밝아진다.

句曲水通茶外  (구곡수통다조외)

구곡산(중국의 명산)물은 茶(차 끓이는 부엌) 밖으로 통하고

敬亭山見石闌西  (경정산견석란서)

경정산(중국의 명산)은 돌 난간 서쪽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태백의 시는..

 

- 獨座敬亭山 -

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閒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

 

뭇새들 멀리 사라지고

구름만 한가히 떠가는구나

바라봐도 바라봐도 지치지 않는 건

경정산이 있어서 그렇지 ..^^

 

변함없이 서있는 해시계 石年(석년)

누가 탑본(搨本)을 했나? 검은 물이.. ^^

 

추사선생을 이해하기 위해 안내문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

 

竹爐之室(죽로지실)

好古有時搜斷碣(호고유시수단갈) 硏經屢日罷吟詩(연경루일파음시)

옛것을 좋아해 때때로 금석을 찾으러 다니고

여러날 경전을 연구하느라 시 읊는 일도 제쳐놓고.. ^^

 

新安舊家(신안구가)

 

이 편액은 "주자학을 깊이 이어온 집"이라는 뜻이다.

세간에 "낡고 오래 됨이 스며있는 집이 편안하다" 등으로 풀이되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신안(新安)'은 주자가 머물렀던 지명으로 전해지며 따라서 '주자' 즉 '주자학(朱子學, 성리학)'을 이름이다.

추사 50대 중기작으로 보인다. 꿈틀 꿈틀하고 생동감 넘치는 획과 획의 상하 좌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율동미가 강하게

나타나고 강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글자이나 획이 너무 살지고 기름지다.  "완당제 阮堂題"라고 관서한 행서를 살펴보면

이 당시 추사가 완전히 옹방강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서체(추사체)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이용수 저 <추사진묵>에서..

 

 

 

자료사진

 

직성유궐하(直聲留闕下)

수구만천동(秀句滿天東)

 

 "곧은 말씀으로 대궐 아래 머무르게 되었지만,

빼어난 구절은 하늘 동쪽(조선)에 가득합니다."

  "고순(顧蒓 1765~1835) 선생의 문장과 풍채는 천하가 모두 다 압니다. 저번에 송균(松筠 1744~1835)을 위한 한 말씀은 더욱 동쪽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해 듣고 외우는 바 되어 크게 이야기 합니다. 만리 해외에 제접(梯接 사다리를 놓아 서로 만남) 할 길이 없더니 요즈음 『복초재집(復初齋集)』을 보는데, 고순과 주고받은 시 구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감히 묵연(墨緣 먹으로 맺은 인연 즉 학문과 예술로 맺은 인연)의 끝에 부탁하여 글귀를 모아 보내드림으로써 일찍부터 동경하고 사모하던 작은 뜻을 폅니다.

해동의 추사 김정희가 갖추어 씁니다."

 

無量壽(무량수)

 

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아래에 해설이 있습니다..

 

五畝種竹 五畝藝蔬(오무종죽 오무예소)

半日靜坐 半日讀書(반일정좌 반일독서)

 

다섯 이랑은 대를 심고 다섯 이랑은 채소 갈고

한 나절은 좌선하고 한 나절은 글을 읽고..

 

 

자세히 보기위해 아래에 큰 자료사진을 붙입니다.

 

 

자료사진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정좌처다반향초 묘용시수류화개)

 

고요히 앉아 차를 반쯤 마셨는데
향은 처음과 같구나.
묘용의 때에 물은 흐르고 꽃은 피누나.

 

송나라 황산곡(黃山谷)의 글.


 

大烹豆腐瓜薑菜(대팽두부과강채)

高會夫妻兒女孫(고회부처아녀손)

 

세상에 제일 가는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채소이며

세상에 제일 가는 모임은 부부 아들 딸 손자들 모임.

 

 

 

 

 

 

 

秋史影室(추사영실)

평생의 벗, 彛齋(이재) 權敦仁(권돈인)의 書(서)

 

완당영정

 

영실 뜨락에서 본 풍경

 

영실에서 내려가는 문

 

앞 담장

 

담장 너머로 올려다 본 '추사영실'

 

 

돌아다 본 추사영실

 

어느 건물 뒤에는 이런 글귀가..

 

夏鼎商彛周石敲(하정상이주석고)

 하 나라의 종정, 상의 이기, 주의 석고, 

 

秦碑漢隸晋銀鉤(진비한예진은구)

 진의 비, 한의 예, 진의 은구

 

문자에 대한 추사의 문구 

 

唯愛圖書兼古器(유애도서겸고기)

且將文字入菩提(차장문자입보리)

 

"오직 도서를 사랑하되 옛 것을 더불며

또한 문자를 통하여 진리를 찾으리."

 

아궁이

 

靑李來禽帖(청리래금첩)

왕희지(王羲之)의 <청리내금첩>과..

 

天池石壁圖(천지석벽도)

황공망(黃公望)의 <천지석벽도>

 

 

청소하는 시간입니다.

 

꼬마가 엄마를 도와 청소를 하는 모습이 참 귀엽네요..^^

 

백매(白梅)

 

마악 꽃망울이...

 

 

터지려고 합니다...^^

 

목련도 뒤질세라...^^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봄, 고택을 꽃동산으로 예약하는듯..

 

봄빛이 완연합니다..

 

월성위(月城尉) 김한신(金漢藎)의 묘.

 

임금의 사위이니 추사의 묘보다 더 치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조선왕조 최초이자 최후의 열녀, 화순옹주(和順翁主)와 함게 잠들어 있군요.

 

열녀문 내부.

복원이 안 되고 초석만 남아있습니다.

 

 

 

열녀문 지나 만나는 완당선생을 기리는 조각공원.

최근에 조성되어 자리를 잡아가는중입니다...

 

조각공원으로 가며 다시한번 들여다 본 화순옹주 열녀각 터 내부

 

현대 조각가들이 추사선생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松風吹解帶 山月照彈琴

 

"솔바람 불어오니 허리 띠를 풀게 되고

저 산에 달이 비치니 거문고를 타겠네."

 

추사선생은 이런 풍류객이었나 봅니다..ㅎㅎ

 

직성류궐하(直聲留闕下)...

저 위에서 본 글입니다...ㅎㅎ

 

붓을 형상화한 작품.

가까이서 찍을 걸!  사진으로는 글씨가 잘 안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