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내가 음지陰地 였을 때 / 김효선

문근영 2010. 1. 24. 10:36


 내가 음지陰地 였을 때 / 김효선

 

 

내가 음지식물이라는 걸 알았을 때
해는 길어 숲을 그득 채운다.
제기랄,
넌 절대 꽃을 피울 수 없어.
꽃이 피기도 전에 모가지를 뚝뚝 분질러놓는 일쯤이야.
얼굴 위로 벌레들 기어오른다.
언제쯤 스멀스멀 슬픔도 쥐며느리처럼 둥글게 말아 올릴 수 있을까.
죽음은 이빨로 덥석 베어 물어도 잘리지 않는,
틈,
때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는,
누군가 마흔은 음지라고 말하더군.
가로수들도 저들끼리 연애를 하고
초경의 비릿함이나 끈적함은 사라진 지 오래,
얼마나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는지
날마다 비릿하고 끈적거리는 습기를 만들어 내는.
그늘의 마흔,

 

시집 <서른 다섯 개의 삐걱거림> 2008 황금알

 

  

 1972년 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남

 2004년 <리토피아> 로 등단

 2008 년 시집 <서른 다섯 개의 삐걱거림> 황금알

 다층문학 동인. 제주문인협회 회원

 현 KBS 제주방송총국 편성제작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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