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개똥을 치운 뒤
뒷짐 지고 헛기침하며
텃밭을 둘러보러
산수유나무 옆을 돌아가다
얼굴을 휘감는 거미줄을 신경질적으로 걷어냈습니다
봄 가뭄에 애지중지 살려놓은 콩 싹은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참나무 꼭대기의 까치집만
서운한 눈으로 잠깐 올려다보다
길을 잘못 든 호박 덩굴을
비탈 쪽으로 유인 했습니다
그러다 허리를 굽혀
부지런히 몸 놀려 잎 뒤로 숨으려는
배추벌레 한 마리를
손끝으로 막 눌러 죽이려는 순간
느닷없이,
힘차게,
아침 방귀가 터져나왔습니다
슬그머니 허리를 펴는데
새벽 안개를 헤치며
서둘러 논뚝길로 질러가는
시골 여학생 같은 보랏빛 나팔꽃이
잎 뒤에 얼굴을 가리고는 키득거립니다
시원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나의 아침 방귀가
당신의 그 신중한 하루를
또다시 시끌벅적하게 만들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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