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밥 / 장석주

문근영 2009. 5. 11. 11:18

                      詩가 있는 풍경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 시 읽기 ◆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지 않을 수 없다. 신분이 고귀하거나 하층계급의 천민이거나 모두 먹어야 한다. 목숨 있는 어떤 생명체라도 살기위해 먹어야 한다.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답게 살기위해서이다. 어미가 새끼에게 하는 것 말고는 모든 생명체들이 약육강생의 먹이사슬을 벗어 날 수 없듯이 사람에게도 밥한 그릇의 사슬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밥을 위해서는 때에 따라 위선과 가식이 요구되고 비굴해지거나 굴종해야 할 때도 있다. 한 그릇의 밥을 위해 가고 싶은 않은 곳을 가야하고, 하고 싶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

시인은 지금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귀 떨어진 개다리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앉아 사람답게 살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아무리 물질이 행복의 요건이라 말하는 시대이며, 아무리 물질이 힘을 발하는 세월이라 할지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하며 사람답게 살아야한다. 각자의 양심을 깊이 들여다보며 생각해 봄직한 일일 것이다.

  한 그릇의 밥을 위하여 양심을 속이지는 않았는가?  먹기 위해 목숨을 저당 잡히고 있진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 밥을 먹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 그릇의 밥을 얻기 위한 방식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해볼 일 아니겠는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