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쓸쓸한 편지/ 정호승

문근영 2009. 4. 29. 19:39









쓸쓸한 편지/ 정호승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 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때까지

잠시 나그네 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 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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