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다에서 / 박재삼
화안한 꽃밭 같네 참.
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핀 것가 꽃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은 저승살이가 아닌 것가 참, 실로 언짢달 것가. 기쁘달 것가.
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살았닥 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사람과 산사람이숨소리를 나누고 있는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 있는것이 아닌 것가.
우리가 소시적에, 우리까지를 사랑한 남평문씨 부인은,
그러나 사랑하는 아무도 없어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 헤쳤더란다.
확실히 그때로부터였던가, 그 둘러쌌던 비단 치마를 새로 풀며 우리에게까지도 설레는 물결이라면
우리는 치마 안자락으로 코 훔쳐 주던 때의 머언 향내 속으로 살 달아 마음 달아 젖는단 것가.
돛단배 두엇, 해동갑하여 그 참 흰 나비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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