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무거운 슬픔
김윤배
초병은 중간에 차를 세우거나
내리면 안 된다며 붉은 램프를 흔들었다
끊없이 달려나간 욕망은
서해의 검푸른 바다에 닿아 있다
만곡의 해안선을 따라 시화호가 거대한
몸을 석양에 기댄 채 호흡을 멈추고 있다
서서히 죽어가는 시화호, 그 죽음의 냄새가
검붉게 채색되어 방파제를 이루고 있다
욕망이 직선의 폭력을 부르며
산 바다와 죽은 바다를 가르는
방파제 멀리 송도의 낮은 풍경이 무겁다
서해 바다는 심해어처럼 미끌거리는 등을
검게 빛내며 출렁인다 바다의 검은 등은
시간이 고개를 숙이고 떠나자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나는 서해 바다
그 무량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달린다
정차가 금지된 일방통행의 길은 계속된다
이 욕망의 길 끝에 무엇이 나를 기다려
바다를 향해 추락하고 있는
장엄한 일몰을 본다는 것인지
서러운 불덩이가 쿵 하고
가슴에 박힌다 차갑고 아름다운 불길이
가슴을 확 지핀다 불길은 방파제를 넘어
시화호로 번진다 소멸하는 영혼끼리
불태울 마지막 슬픔이 조용하고 무겁다
이번 주 추천시입니다..
정갈하게 군더더기 없이 그렸습니다.
시를 쉽게 읽었습니다
詩人은 욕심없이 자기의 재주는 죽이고
詩님이 불러준 데로 읽었습니다.
조용하고 무거운 것들이 저와 함께 태워지고 있습니다.
.이의 귀중함..찬란한 멸렬의 희열을 詩님은 주십니다....李旻影詩人
*김윤배님은
194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했고,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겨울 숲에서』(1986), 『떠돌이의 노래』(1990), 『강 깊은 당신 편지』(1991),
『굴욕은 아름답다』(1994),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1997),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1999), 『부론에서 길을 잃다』(2001)와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2000),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2004),
평론집 『온몸의 시학 김수영』(2003),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1996)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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