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대하여

모음의 조화, 부조화

문근영 2008. 12. 21. 14:10

모음의 조화, 부조화

우리말 규칙에 '모음조화'라는 게 있다.

별로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굳이 풀이하자면 이렇다.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뒤의 모음이 앞 모음의 영향으로 그와 가깝거나 같은 소리로 되는 언어 현상.'

다시 풀이하자면,

'ㅏ, ㅗ' 따위의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ㅓ, ㅜ, ㅡ, ㅣ' 따위의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이다.

더 쉽게 말하면 '알룩달룩, 얼록덜록'이 아니라 '알록달록, 얼룩덜룩'으로 쓴다는 것.

하지만 예외 없는 규칙이 어디 있으랴.

그동안 원칙을 벗어난 발음이 나타나고,

뒤이어 그런 현실 발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면서 모음조화가 많이 흔들리고 무너졌다.

이런 '모음조화 붕괴 현상'을 인정한 것이 바로 아래의 표준어 사정 원칙(1988년) 제8항이다.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즉, '깡총깡총, 뻗장다리, 앗아라, 오똑이, 주초'를 버리고

'깡충깡충, 뻗정다리, 아서라, 오뚝이, 주추'를 표준어로 삼은 것.

이럴 때 보면 언어는 역시 '머릿수 싸움'이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모음조화를 지켜 쓰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말이 있다.

'부주, 사둔, 삼춘' 같은 말들이다.

이 말들은 널리 쓰이기는 하지만 '어원을 의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음성 모음화를 인정하지 않고 '부조(扶助), 사돈(査頓), 삼촌(三寸)'으로 쓴다.

'나무 밑동을 잘랐다'에 나온 '밑동'은 좀 복잡하다.

이 말은 조선시대엔 '밋동, 믿동'으로 썼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밋둥, 밑둥'으로 쓰게 됐다.

그래서 한때는 사전에 '밑둥'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또다시 '밑동'이 더 널리 쓰이기 때문에 이 말이 새 표준어가 됐다.

그러면 '봉오리/봉우리' 중에서는 어느 게 옳을까.

답은… 둘 다 옳다.

뜻이 다른 별개의 말이기 때문이다.

'봉오리'는 '꽃봉오리',

'봉우리'는 '산봉우리'라는 뜻이므로 이 둘은 구별해 써야 한다.

 

                                        

- 2008/11/11 부산일보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詩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하기와 말하기 / 최동호  (0) 2008.12.21
꼭 알아야 할 잘못 쓰는 말 일곱 가지  (0) 2008.12.21
시 쓸때의 유의사항 / 신덕룡  (0) 2008.12.07
시란 무엇인가  (0) 2008.11.27
좋은 시란 / 정민  (0) 200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