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대하여

시에 대해서

문근영 2008. 11. 26. 17:01


♣ 풀잎연가 / 문근영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 당선 시인)
-꽃말
                                          

흔들린다
그러나 제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흔들리는 풀잎
그러나 풀잎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바람이 흔들리는 것이다

풀잎은 바람에 기대어 가슴을 여미고
머리를 흔들지만
풀잎은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바람의 깊이와 길이를 재는 것이다.

그것은 먼 훗날
풀잎의 사랑이 풀꽃향기의 순수함으로 남기 위해서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다

결코 풀잎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
제자리에서 맴돌뿐이다.
풀잎은 바람의 소리를 듣고 향기를 사랑하며
더욱 싱싱하고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풀잎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창조문학신문
♣ 작품 감상 ♣ / 박인과 문학평론가
"자신만의 시적 영역의 개척으로 낯설게 하기에 성공한 시"


문근영의 [풀잎연가]를 보면 그녀는 우선 자신만의 시각으로 사물을 꿰뚫어보기에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풀잎이 흔들리는 것이 맞을진데 작가는 풀잎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바람이 흔들린다고 시적 상황을 살짝 환기시켜 놓고 있다. 이것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존재에 대한 튼튼한 의지의 표출이다.

비록 흔들릴지라도 그것은 나의 의지가 아닌 바람의 의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우리의 문학을 새롭게 하고 우리의 영혼을 맑고 투명하게 닦아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항상 새로운 무엇?을 찾아내는 것이 문학적 구도자의 자세인 것인데, 그 새로움의 향기는 이미 자신 안에 있는 것이다. 자신 안에 있는 생명과 사랑의 향기를 얼마나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 바로 시인의 과제인 것이다.

이렇게 시는 곧 우리네 마음의 원류임을 알기 때문에 아름다운 생명과 영혼의 시가 세밀한 사유와 특출하고 깊은 감성 사이에서 우러나서 나올 수 있게 될 때 그 시인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인이 존재하는 존재의 이유이며 항변인 것이다.

문근영 시인은 인간의 영원하고 고질적인 고독의 향수를 넘어 기나 긴 사랑과 평화의 이야기를 표출할 수 있는 귀한 시대의 감각을 대표하고 창조해 갈 수 있는 꼭 필요한 시인으로 살아남아 대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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