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 / 백미
창 틈새 이웃집 갈치조림 내
비릿한 슬픔을 맡게 한다
전골냄비에 물방울 또르르 흐른다
접고 나온 책 속의 슬픔이 온 몸에
옮아 붙은 것인가
슬픈 기운은 오래 남을수록 좋다
고여 있는 몸 안의 기를 모조리
잡아 먹혀야 한다
소진되어야 한다
압도당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슬퍼질 수 있다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는 건 불안하다
기진맥진해져 나가떨어질 여지를 둬야 한다
창문을 모조리 닫는다
식탁 의자에 걸터앉는다
저녁밥 때
희미한 불빛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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