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전이 / 백미아

문근영 2008. 11. 14. 01:46

전이 / 백미

 

창 틈새 이웃집 갈치조림 내

비릿한 슬픔을 맡게 한다

전골냄비에 물방울 또르르 흐른다

 

접고 나온 책 속의 슬픔이 온 몸에

옮아 붙은 것인가

 

슬픈 기운은 오래 남을수록 좋다

고여 있는 몸 안의 기를 모조리

잡아 먹혀야 한다

소진되어야 한다

압도당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슬퍼질 수 있다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는 건 불안하다

기진맥진해져 나가떨어질 여지를 둬야 한다

 

창문을 모조리 닫는다

식탁 의자에 걸터앉는다

 

저녁밥 때

희미한 불빛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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