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눈망울에 내리는 눈 / 송문헌
-바람의 칸타타 · 70
신갈나무 어깨 위에 눈이 내린다
무성했던 산자락에 슬몃
개옻나무 붉게 가을이 깃드나 싶었는데
내려놓은 시간의 형해들 바스락바스락
따스했던 봄날 기억들을 불러 춤을 추려는지
우르르 천둥번개 들녘이며 강 언덕
낯선 바닷가에 머물던 네 그림자 달려오는 그곳
그곳으로 우우, 유목의 길 떠나려느냐
그리워하는 것이 죄는 아닐 것이다
꽃이 핀다고 꽃마다 열매 맺어야하는 건가
그리워한다고 모두 맺어야 할 열매는 아니리라
숲 바람 뼈대 위로 슬픈 눈망울의 눈이 내린다
시집 <바람의 칸타타> 2008. 예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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