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바람의 눈망울에 내리는 눈 / 송문헌

문근영 2008. 11. 14. 01:27

바람의 눈망울에 내리는 눈 / 송문헌

-바람의 칸타타 · 70

 

 

신갈나무 어깨 위에 눈이 내린다

무성했던 산자락에 슬몃

개옻나무 붉게 가을이 깃드나 싶었는데

 

내려놓은 시간의 형해들 바스락바스락

따스했던 봄날 기억들을 불러 춤을 추려는지

우르르 천둥번개 들녘이며 강 언덕

낯선 바닷가에 머물던 네 그림자 달려오는 그곳

그곳으로 우우, 유목의 길 떠나려느냐

 

그리워하는 것이 죄는 아닐 것이다

꽃이 핀다고 꽃마다 열매 맺어야하는 건가

 

그리워한다고 모두 맺어야 할 열매는 아니리라

숲 바람 뼈대 위로 슬픈 눈망울의 눈이 내린다

 

 

시집 <바람의 칸타타> 2008. 예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