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그림자도 반쪽이다 / 유안진

문근영 2008. 11. 14. 01:24

그림자도 반쪽이다 / 유안진

 

편두통이 생기더니
한 눈만 쌍꺼풀지고 시력도 달라져 짝눈이 되었다
이명도 가려움도 한 귀에만 생기고
음식도 한쪽 어금니로만 씹어서 입꼬리도 쳐졌다
오른쪽 팔다리가 더 길어서 왼쪽 신이 더 빨리 닳는다
모로 누워야 잠이 잘 오고 그쪽 어깨와 팔이 자주 저리다
옆가리마만 타서 그런지 목고개와 몸이 기울어졌다고 한다


기울어진다는 것
그리워진다는 것
안타까워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아프고 아픈 것


아픈 쪽만 내 몸이구나
아플 때만 내 마음이구나
남이 아픈 줄은 내가 어찌 알아
몸도 마음도 반쪽만 내 것이라서
그림자도 반쪽이구나
그런데 나머지 반쪽은 누구지?

 

 

시집<거짓말로 참말하기> 2008.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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