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점을 듣다 / 김영식
새가 울었다, 내 안에서 어느 날
울음소린 폐에서 늑골에서 누수처럼 새어나왔다
처음 나는 그것이 새 울음인 줄 몰랐다 그저 가끔씩 찾아오는 허기거나 까닭 없는 이명이거니 했다 어쩌면 마당귀를 잠시 적시고 간 여우비거나 수숫대를 쓸고 가는 저녁의 마파람 같은 거려니 생각했는데
어두워지는 골목을 돌아 부시럭거리며 제 몸속에서 낡은 불씨를 꺼내고 있는 가등을 지나 무덤 같은 방에 혼자 누우면 어김없이
새가 울었다 우우우 빙하의 골짜기를 지나가는 흰곰처럼 울었다 사막을 건너는 검은꼬리모래여우처럼 울었다 나는
우는 새를 꺼내주고 싶었지만 새는 보이지 않고 우거진 덤불엔 달빛만 가득했다 아침이면 새의 뱃속에서 내가 울고 있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은사시는 우우우 제 안의 울음들을 공중의 처마에 매달기도 했는데
멀리서 통점의 눈동자 같은 불빛이 깜빡거리고 새는 이제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울지 마! 울지 마! 내가 널 꺼내줄게 보이지 않는 부리에 입을 맞추며 이슬에 젖은 발을 쓰다듬어도
새는 자꾸만 울었다 동굴 같은 몸 안에서 캄캄하게 울었다
'다시 보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과처럼 / 윤여홍 (0) | 2008.11.14 |
---|---|
꽃에게 기도하다 / 윤여홍 (0) | 2008.11.14 |
아내의 빨래공식 / 이기헌 (0) | 2008.11.14 |
고등어 좌판 / 김종미 (0) | 2008.11.14 |
날아라 가오리 / 이명윤 (0) | 2008.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