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나문재 / 노희정

문근영 2008. 11. 14. 01:11

나문재* / 노희정

-강화도 · 21

 

인생이란 짜디짠 눈물방울이 아니던가

가난한 시집살이 짜도 짜다고 말 못하고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 타는 가슴처럼

언제나 삶의 갯벌에 서서

온몸으로 소금물 들이마시고

제멋대로 들락거리는 물살 같은

바람난 남편 붙잡아 둘 수도 없는 무력감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까지 빠져나간다 해도

맨몸으로 갯벌에 서서 온 몸이 빨갛게 탈 때까지

까짓 거 짠 기운으로 사는 거다

영혼까지 소금기에 절어 살아도

끝끝내 살아 버티는 거다

물컹물컹한 갯벌 바닥일망정

쓰러지지 않고 온전히 서 있다 보면

단단한 반석 위에 삶의 집 하나 이루리

 

*나문재 : 바닷가 모래톱이나 갯물이 들락거리는 갯벌에 사는 식물. 짠 바닷물에도 죽지 않고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봄에 연한 순을 나물로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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