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코스모스 / 송찬호

문근영 2008. 11. 14. 01:10

/ 송찬호

 

 

지난 팔월 아라비아 상인이 찾아와

코스모스 가을 신상품을 소개하고 돌아갔다

여전히 가늘고 긴 꽃대와 석청 냄새가 나는 꽃은

밀교에 더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헌데 나는 모가지가 가는 꽃에 대해서는 오래 바라보다

반짝이는 조약돌 하나 얹어두는 버릇이 있다 코스모스가 꼭 그러하다

가을 운동회날 같은 아침 조무래기 아이들 몇 세워놓고

쉼없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저 근육 없는 무용을 보아라

 

 

이제 가까스로 궁티의 한 때를 벗어났다 생각되는 인생의 오후,

돌아보면 젊은 날은 아름답다 코스모스 면사무소 첫 출근날

첫 일과가 하늘 아래 오지의 꽃밭을 다 세는 일이었던,

스물한 살 지방행정서기보

 

바람의 터번이 다 풀렸고나 가을이 길어간다

대체 저 깊고 푸른 가을 하늘의 통점은 어디인가

나는 오늘 멀리 돌아다니던, 생활의 관절

모두 빠져나간 무릎 조용히 불러 앞세우고

코스모스길 따라 뼈주사 한 대 맞으러 간다

 

 

2008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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