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서시 / 윤동주

문근영 2008. 11. 6. 12:21

윤동주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두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셀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세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 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으로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렸습니다
   내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볕에도 봄이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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