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개
김형술
그 도시의 개들은 목사리가 없다
지천인 장미사과나무 그늘 굳이 사양한 채
아무 대로변에 앉거나 누워
매캐한 폭염을 들이켜면서도
그 도시의 개들은 혀를 빼물지 않는다
한낮의 저잣거리 끓는 기름 솥 곁
좌판 수레바퀴 아래 가리지 않고
제가 주인인 양
제가 손님인 양 수줍고 또 태연하게
황금 치자 꽃잎을 제 몸에 얹고
느릿느릿
세찬 폭우 사이를 걷는다
사람에게 속해 있으나 속박당하지 않고
사람 곁에 잠들지만 사육당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구걸하지 않고
아무것도 사양하지 않는
그 도시의 개들은 함부로 짖지 않는다
집이자 꽃, 나무이자 구름
스스로 불상이며 부처인
방콕의 개
무구한 빈자의 이웃들
시집 『타르쵸, 타르쵸』(문예중앙시선, 2016)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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