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별처럼
김혜순
나는 아주 많아요, 별처럼
나는 아주 꺼끌꺼끌 해요, 별처럼
나는 아주 속이 뜨거워요, 별처럼
나는 아주 무서운 내부를 가졌어요, 별처럼
나는 가까이서 보면 무겁고 멀리서 아주 멀리서 보면 빛나요, 별처럼
어렸을 적에 우리 엄마가 우리 집 점원더러 아픈 나를 업어주라고 했어요, 별처럼
그는 나를 업고 바닷가에 나가 나를 바위 위에 올려놓더니 차가운 손가락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다 찔러 봤어요, 별처럼
내가 암스텔담 지하철 역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한 남자가 갈고리를 내 핸드백에 걸었어요, 벌처럼
그때 나는 몸 밖의 입은 막고 몸속의 입은 열어 소리 질렀어요, 떨어지는 별처럼
가까이 다가서는 별을 조심하세요
식당아저씨 별
택시운전사아저씨 별
수족관아저씨 별
야채행상아저씨 별
실밥이 터진 양말을 신은 아저씨 별
마누라를 웃기는 게 취미인 노래방주인아저씨 별
그러나 무엇보다 오랜만에 보는 삼촌 사촌 이웃아저씨 별
내 시만 읽으면 화가 나는 시인 겸 평론가 아저씨 별
스물세 살에 고시를 패스한 별 중의 별이 나에게 앞으로 조심하라고 하네요
욕설 별이 따귀를 후려치며 쏟아지고 싶대요
발가락 양말을 신은 아저씨 별
공중에 환한 문들이
가보면 돌인 문들이
밤하늘 가득 떠 있네요
문들이 펄럭이네요
나는 일평생 나를 두고 멀리멀리 걸어가 버린
두 발을 밖에다 걸어두고 잠들곤 해요, 별처럼
- 『애지』 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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