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스마트폰 / 김기택

문근영 2019. 1. 19. 08:49

스마트폰

 

김기택

 

 

눈알이 스마트폰에 달라붙어 있다.

떨어지지 않는다.

얼굴을 옆으로 돌릴 수가 없다.

스마트폰에 붙들려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머리를 억지로 잡아당겨 화면에서 떼어내고 싶지만

두 눈알은 스마트폰에 남고

눈구덩이가 뻥 뚫린 머리통만 떨어져 나올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커터칼은 눈알을 떼어내고 싶어 근질근질하지만

눈알을 잘못 떼어 눈동자는 화면에 붙고

흰자위만 떨어져 나올까봐

칼날을 지퍼 필통에 꽉 가둬놓기로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콘텍트렌즈처럼 낀 눈알을

몸통과 함께 조심조심 들어서

안과 수술실로 실어갔으면.

하지만 전동차 가득

스마트폰마다 붙어 있는 저 많은 눈알들을

어떻게 다 옮긴단 말인가.

전동차 10량이 한꺼번에 들어갈 안과도 없을텐데

추락하는 여객기를 받다 말고

어떻게 슈퍼맨더러 영화 밖으로 나와 달라 하겠는가.

 

눈알이 스마트폰에 달라붙지 않는 신상품은

대체 언제 출시된단 말인가.

 

- 『애지』 2015년 겨울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