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김기택
눈알이 스마트폰에 달라붙어 있다.
떨어지지 않는다.
얼굴을 옆으로 돌릴 수가 없다.
스마트폰에 붙들려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머리를 억지로 잡아당겨 화면에서 떼어내고 싶지만
두 눈알은 스마트폰에 남고
눈구덩이가 뻥 뚫린 머리통만 떨어져 나올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커터칼은 눈알을 떼어내고 싶어 근질근질하지만
눈알을 잘못 떼어 눈동자는 화면에 붙고
흰자위만 떨어져 나올까봐
칼날을 지퍼 필통에 꽉 가둬놓기로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콘텍트렌즈처럼 낀 눈알을
몸통과 함께 조심조심 들어서
안과 수술실로 실어갔으면.
하지만 전동차 가득
스마트폰마다 붙어 있는 저 많은 눈알들을
어떻게 다 옮긴단 말인가.
전동차 10량이 한꺼번에 들어갈 안과도 없을텐데
추락하는 여객기를 받다 말고
어떻게 슈퍼맨더러 영화 밖으로 나와 달라 하겠는가.
눈알이 스마트폰에 달라붙지 않는 신상품은
대체 언제 출시된단 말인가.
- 『애지』 2015년 겨울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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