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진주가을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수완
원형극장-옮겨진 의자
의자가 옮겨져 있다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내 등을 누군가 보고 간 것이 틀림없다 미농지를 대고 그대로 옮겨 가지고 어디론가 달아났다 나는 순간 가구들을 얼른 돌려 놓고 등 없는 벽처럼 서 있었다 의자는 가끔 옮겨지기도 하니까 그자는 다시 올 것이 틀림없다 벽이 되니 등은 더욱 어두워진다 그자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나는 독극물을 해독하는 쥐처럼 몸을 뒤틀며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내 등을 닦아낸다 닦을수록 오히려 마음 약했던 자해의 자국들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나는 거울을 보며 미농지를 등에 대고 애써 그 희미한 선 하나하나를 그려 나간다 그것은 내 시력을 달아난 그자에게 내어주는 일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겠지만 나는 조금씩 의자를 스스로 옮겨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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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이순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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