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북극 / 이날 일호선 전철을 타고 참 많은 한강을 건너다녔다 어떤 날은 문가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는 나를 본다 의자에 앉아 졸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다가가서 악수를 건네기 전까지 그것은 정말로 있는 것이다
집중을 잘 못하고 산만한 편입니다 가끔 혼자 멀리 딴 데를 봐요 어려서부터 들었던 흔한 얘기들
혹은 달에 가서 남은 생을 보낼 거야 그런데 가다가 죽을지도 몰라 나는 죽으면 책이 될 거야 여백이 가득한 어려서부터 했던 흔한 얘기들
말하지 않아도 슬프지 않을 때까지 우선은 살아볼 생각이다 무언가가 그리운 건 참 소중한 일이니까
달과 북극을 오갔다
그리워하기 위해 나를 떠나는 거야?
강물이 흘러가는 걸 바라보는데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구나 천천히 올라오는 너의 오른손을 본다
박쥐는 자신의 슬픔으로 누군가를 위로한다 그 누구도 누군가가 될 수 있다 박쥐는 동굴 밖으로 나가면 새가 된다 그 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이다 그 새는 어떠한 새도 될 수 있다 그 새는 당신도 가장 좋아하는 새이다 그 새는 참새일 수 있다 후투티일 수도 있다 고양이가 낚아 챈 새일 수 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의 새여도 좋다 그 종은 내일 탄생할지도 모른다 박쥐는 거꾸로 매달려서 운다 박쥐가 울 때의 표정엔 진심이 담겨 있다 박쥐는 깊은 눈빛을 지녔다 날개 속에 몸을 숨기고 어둠 속에 표정을 숨긴다 박쥐는 동굴 밖으로 날아간다 누군가에게 날아간다 그 누구도 자신만의 새를 가질 수 있다 모든 새는 그만의 깃털과 색이 있다 모든 새의 눈은 까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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