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내 안의 여자 / 김은덕

문근영 2018. 3. 17. 09:52

내 안의 여자

 

  김은덕

 

 

 

만리장성을 오르내린 날 저녁

작고 가녀린 여자가

피로에 지친

내 몸의 옹이를 풀어내는 동안

그녀의 가솔(家率)이 줄지어 따라 나온다

 

초라한 남편과 어린것들이

눈자위 퀭한 시댁 식구들이

젊은 그녀의 팔에 매달려 있다

 

‘아즈마 이쁘다’

 

혀 짧은 말로, 어설픈 한국말로

비위를 맞추려 하고

나이와 식구 수를 묻는

내 물음에

어린 아이처럼 손가락을 쫙, 펼쳐 보인다

 

그녀의 손길이

내 몸에 뜨겁게 새겨질 때

내 안의 여자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시집『내 안의 여자』(201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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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덕 / 충남 논산 출생. 전 청주 대성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2004년《시현실》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내 안의 여자』.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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