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다산과 통계청 / 박석무

문근영 2018. 3. 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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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통계청


지난 주 수요일에는 모처럼 대전을 다녀왔습니다. 서울과 대전, 신나게 달리는 KTX는 딱 1시간 만에 대전역에 내려주었습니다. 얼마나 편한 세상이 되었는가요. 차창으로 보이는 무르익은 봄의 계절, 꽃은 지면서 신록으로 덮히는 산과 들은 정말로 아름답고 고왔습니다. 300여 명이 넘는 통계청 공무원들에게 「다산사상에 나타난 공직윤리」라는 제목의 특강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의 농업 및 수산업 통계업무까지 통계청으로 통합되어, 이제는 명실 공히 국가의 통계업무를 관장하는 거대기구로서의 면모를 갖춘 정부기관이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다산의 청렴사상과, 깨끗한 목민관 노릇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조사기획과장이라는 분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명함을 주면서 자신은 다산연구소의 이메일을 계속 받아보고 있으며, 다산에 관한 많은 책을 읽고 그분이 우리나라 통계학의 원조임을 알고 있노라고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공무원에도 그런 탐구심과 높은 학구열을 지닌 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괜스레 기뻐지고 흐뭇해졌습니다. 통계청이라면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해마다 하는 인구센서스를 연상하게 될 만큼, 인구나 호구조사의 업무가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분의 이야기는 다산의 「호적의(戶籍議)」라는 글이야말로 200년 전에 인구와 호구조사의 원형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다산은 30대 중반 최초이자 마지막인 목민관 생활을 했습니다. 황해도 곡산이라는 고을의 도호부사를 2년이 넘도록 지낸 바 있습니다. 그 시절에 다산은 자신이 창안한 호구조사 방법에 의하여 고을 전체의 가구수와 인구수를 정확히 파악하여 재산·직업·신분 관계까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좌표(家坐表)와 종횡표(縱橫表)를 만들어 세금·병역·사역·구휼 등 행정업무를 아무런 차질 없이 정확하고 바르게 행할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산은 실학자답게 당시의 엉성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던 인구센서스의 허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오늘날로 말하면 통계청에서 하는 통계업무보다 더 정확하고 바른 인구센서스를 행하고, 그런 자료에 근거하여 가난하고 궁한 사람들을 구휼해주고, 정확한 세금정책과 병역의무 수행을 한 치의 착오 없이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대단합니까. 그런 것을 이미 읽고서 통계행정에 반영하고 있고, 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조사기획과장은 또 얼마나 훌륭한 공무원입니까. 다산을 통한 깨끗한 세상 만들기는 이제 조금씩 효과가 나오고 있음을 그런 데서 알게 해줍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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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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