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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람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같도록 / 박석무

문근영 2017. 11. 2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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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어쨌든 정권의 교체기에 들어섰습니다. 87년 체제가 바뀌고 있다느니, 진보에서 보수로 바뀐다느니, 말이야 많지만 무엇인가 바뀌고 있음은 사실입니다. 기왕에 바뀌어야만 한다면, 최소한 이렇게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새로 탄생했다면 통치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본질의 실현을 위해서는 최소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의 이전(吏典) 어중(馭衆)조항에서 참으로 간단명료하게 본질과 기본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합니다. “뭇 백성들을 거느리는 요체는 위엄과 믿음뿐이다”(馭衆之道 威信而已)라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위엄과 신뢰성만 지녔다면 우선 기본은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고 충성스러운 행위로부터 믿음은 나온다”(威生於廉信由於忠)라고 설명하여, 청렴과 백성에 대한 충성심에서 위엄과 신뢰가 확보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백성들에게 온갖 충성심을 다 바치고 청렴한 정사를 펼 수 있다면 그때에야 모든 백성들이 복종하게 된다”(忠而能廉斯可以服衆)는 것이었습니다.

지도자의 낮은 격과 위엄이 부족했던 이유로 나라에 영(令)이 서지 않아 지도자의 위엄을 느끼지 못한 때가 얼마이고, 입으로만 충성심으로 백성들을 섬기고 실제로는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 신뢰를 잃었던 지도자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참으로 청렴하고 충성심을 제대로 발휘해준다면 왜 위엄이 없으며 믿어주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러면서 다산은 참으로 간절한 부탁을 합니다. 지도자라면 마땅히 공명정대해야지 털끝만큼의 편향(偏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계층에 대한 편향, 지역에 대한 편향, 종교, 직업, 학벌에 대한 어떤 편향도 갖지 않아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더 절실한 이야기의 하나는, 아무리 가난하고 질병에 시달리고 직업 없이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라도 따뜻하게 보살펴주어 “그들 역시 사람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항상 간직하게 해야만 옳다”(常存彼亦人子之意 可也)라고 말하며, 그런 지도자만이 진정한 나라의 지도자라고 말했습니다. 옳은 이야기 아닌가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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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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