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병원 밥 / 서동욱

문근영 2017. 10. 31. 12:39

병원 밥

 

   서동욱

 

 

 

입원하면 밥이 나오니까

병원을 밥집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고

밥집에 대한 그리움도 논할 수 있다

그때 세상을 버리고 입원하자

아파서 입원하는 것은 순수하지 못하고

구원을 준비하는 분에게 욕심쟁이로 비친다

오직 밥 때문에 줄을 서듯

병원도 가야 하며

그때 쌀밥이나 가운처럼 하얗게 될 수 있다

건강에서 건강으로 인생은 진행할 것이고

식사 중에 밥 같은 병도 얻어 죽을 것이다



                        —격월간《시사사》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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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 1969년 서울 출생. 1995년 계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우주전쟁 중에 첫사랑』. 현재 서강대 철학과 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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