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박후식
설지 않다
강아지와 햇볕이 장난을 친다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아무나 보면
골목 한 구석에서 뛰어나와 꼬리를 친다
그놈, 천성인가보다
빨간 우체통이
허술한 세월의 문 앞에 서 있다
까마득하다
세상이 온통 쥐 잡듯 시끄러울 때
공부하다 말고 쫓겨 온 아들놈 군대 보내놓고
문 밖에 나가 옷가지 기다리던
어미 맘이 저러했을까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하얀 낮달 그림자
—시집『변경에 핀 풀꽃』(2017.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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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식 / 1935년 전남 완도 출생, 목포에서 성장. 공주사대,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한국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바다 그리고 사랑』『손금』『그녀의 집에는』『흐르는 강』『변경에 핀 풀꽃』등.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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