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서귀포 7
노향림
서귀포 앞바다를 달려오는 파도는
수만 갈래로 부서지며
상수리나무 잎새 부딪는 소리로 운다
앞바다에 뜬 유난히 붉은 노을 속에
누군가 눈시울이 붉어져 서 있다
못 견디게 아내를 그리워한 가난한 화가
아내를 향한 마음
촘촘한 그물같이 수평선에 널어두고
지는 해를 보고 섰다
그 빨갛게 운 햇덩이를
무동력으로 정박한 배 한 척이 건져 올린다
소주 몇 잔에 취해
몇 겹 마음의 감옥에 누운
이중섭을
지금도 그만 일어나라 일어나라
상수리나무 잎새들이 이불 개키듯
스사스사 쏴아 흔든다
꿈속에서도 그리운 서귀포
—《시인동네》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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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향림 / 1942년 전남 해남 출생. 197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눈이 오지 않는 나라』『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등.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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