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그리운 서귀포 7 / 노향림

문근영 2017. 10. 31. 12:25

그리운 서귀포 7

 

   노향림

 

 

 

서귀포 앞바다를 달려오는 파도는

수만 갈래로 부서지며

상수리나무 잎새 부딪는 소리로 운다

앞바다에 뜬 유난히 붉은 노을 속에

누군가 눈시울이 붉어져 서 있다

못 견디게 아내를 그리워한 가난한 화가

아내를 향한 마음

촘촘한 그물같이 수평선에 널어두고

지는 해를 보고 섰다

그 빨갛게 운 햇덩이를

무동력으로 정박한 배 한 척이 건져 올린다

소주 몇 잔에 취해

몇 겹 마음의 감옥에 누운

이중섭을

지금도 그만 일어나라 일어나라

상수리나무 잎새들이 이불 개키듯

스사스사 쏴아 흔든다

꿈속에서도 그리운 서귀포

 

 

                         —《시인동네》 2017년 5월호

--------------

노향림 / 1942년 전남 해남 출생. 197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눈이 오지 않는 나라』『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등.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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