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獻身)
정호승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가끔 새에게 모이를 주며 살아야 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가끔 새들의 모이를 먹으며 살아야 한다
사람이 나이가 더 들면
헌식대가 되어
새들이 날아오기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헌식대에 앉아
스스로 새들의 모이가 될 줄도 알아야 한다
저 봄날의 애벌레를 보라
자신을 공손히 새들의 부리에
온몸을 구부리며 바치지 않느냐
어미새를 기다린 둥지의 아기새들이
한껏 벌린 노란 부리 속으로
한순간에 자신을 헌신하지 않느냐
—《시와 시학》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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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로 시, 1982년 <조선일보>로 단편소설 등단.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서울의 예수』『별들은 따뜻하다』『외로우니까 사람이다』『밥값』『여행』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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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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