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고관들의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제목으로 다산의 『목민심서』마지막 장(章)의 「해관(解官)」조항을 인용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고관의 직책은 반드시 교체되기 마련이다.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으며, 벼슬을 잃어도 연연해하지 않아야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다”라는 대목과,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옛 어진 이들의 뜻이었다. 교체되는 것을 슬퍼한다면 또한 수치스럽지 않겠는가”라는 부분을 풀어서 설명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신문을 보니, 어느 장관의 퇴임식이 열렸는데 그 장관이 바로 『목민심서』의 그런 부분을 인용하면서 퇴임식사로 말했기에 장내가 숙연해졌노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세상은 변해가고 있습니다. 장관이라는 고관대작의 지위에 오래도록 근무하지 못했는데도, 연연해하거나 슬퍼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도연명이 「귀거래사」를 읊조리면서 태연자약하게 평택현령의 지위를 버리듯이 장관직 퇴임사를 할 수 있었다니 얼마나 보기 좋은 모양이었습니까.
과거에는 그렇게 자주 있던 일은 아니었는데, 근래에는 장관직을 물러나면 무슨 원한이라도 맺었는지, 발탁해서 장관직을 주었던 은혜 따위야 금방 잊고서 임명권자를 비난하는 경우가 잦아졌는데, 참으로 홀연히 장관직을 헌신짝처럼 버리겠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그 기사만으로 전모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마는 『목민심서』의 구절을 낭랑하게 암송하면서 장관직을 그만두는 고관이 나왔으니, 이제 다산사상의 보급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민족의 고전이요, 공직자들의 바이블인 『목민심서』를 제대로 읽은 장관이 있었다는 것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정무직이란 본디부터 임기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임명권자가 그만두라면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직분. 그런 직분에 연연해서 구차한 변명이나 따분한 설명으로 임명권자를 욕되게 하지 않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뒷모습은 멋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산의 『목민심서』가 공직자들의 바이블이며, 그러니 그 책을 많이 읽는 일이 바로 공직사회를 깨끗하고 바르게 해주는 첩경임을 다시 강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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