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난관 / 정영효

문근영 2017. 9. 7. 01:05

난관

 

정영효

 

 

  난간에 매달려 우리는 오랫동안 버티기를 한다

  한 사람이 떨어질 때까지

  한 사람은 선언이 될 때까지

  아래쪽이 결국 당겨질 때까지

  죽기 싫고 죽을 마음도 없지만

  난간에 매달릴 수 있는 용기 때문에

  우리는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옆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썩은 침을 삼킨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잊어버릴수록

  포기를 참아야 하는 시간

  얘들아 또 어디 간 거니?

  어서 밥 먹어라

  그런 목소리가 그리운데

  그런 목소리가 들리면 멈출 것 같은데

  난간은 우리를 더 밀어내고

  책임은 도망가기 어렵고

  한 사람이 흐릿해질 때까지

  한 사람이 각오가 될 때까지

  뜨거워진 공기와 여전히 싸운다

  순서를 정하기는 늦었구나

  거꾸로 향할 기분을 계속 망설이면

  손을 놓을 용기가 부족해질 테니까

  우리는 할 수 없이 난간에 매달려

  오랫동안 마지막을 떠올리고

  내려놓기 힘든 자리를 지키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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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들』 2016년 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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