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아내
최문자
어디서 이런 양 한 마리 나왔을까?
엄마는 나를 양 한 마리라고 불렀다
흰 종이에다
나를 하얗게 그렸다
오크나무 앞에 하얀 양 한 마리 서있다
잠깐 비어있는 우주 중간쯤 서있다
몸에는 화약 냄새가 없다
비늘 냄새도 없다
잔등에 목덜미에
떠다니는 불꽃도 없다
문 뒤에 숨어도
하얗게 탄로 난다
어디서 이런 양 한 마리 나왔을까?
남편은
양 한마리 빡빡 지우고 들판으로 내보냈다
까맣게 죽어본 적이 있었다
사라지는 그림
모르는 이름
양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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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2016년 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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