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백색 아내 / 최문자

문근영 2017. 9. 7. 01:05

백색 아내

 

최문자

 

 

  어디서 이런 양 한 마리 나왔을까?

  엄마는 나를 양 한 마리라고 불렀다

 

  흰 종이에다

  나를 하얗게 그렸다

 

  오크나무 앞에 하얀 양 한 마리 서있다

  잠깐 비어있는 우주 중간쯤 서있다

 

  몸에는 화약 냄새가 없다

  비늘 냄새도 없다

  잔등에 목덜미에

  떠다니는 불꽃도 없다

 

  문 뒤에 숨어도

  하얗게 탄로 난다

 

  어디서 이런 양 한 마리 나왔을까?

  남편은

  양 한마리 빡빡 지우고 들판으로 내보냈다

  까맣게 죽어본 적이 있었다

 

  사라지는 그림

  모르는 이름

  양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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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2016년 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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