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엿먹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중학교 친구들과 제부도에서 돌다가 궁평항에서 일요일 점심까지 먹고 헤어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오구탕을 치며 노니까 참 재밌더군요.
마침 지난 토요일에 제부도에서 장어잔치가 있었습니다. 그날 각설이 타령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엿을 팔면서 공연을 하시더군요. 일요일 점심때 보니 궁평항에도 또 다른 각설이 타령하시는 분들이 엿을 팔면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연 중간마다 엿을 파시는데, 말씀을 참 재밌게 잘하셨습니다. ^^*
흔히 입 닥치고 잔소리 그만 하라고 할 때 '엿 먹어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그 말뿌리(어원)를 알아볼게요.
1964년이라고 합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 일인데요. 그때는 중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시험을 봐서 들어갔나 봅니다. 그때 문제 가운데 하나가 엿을 만드는 순서에 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①찹쌀 1kg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②이것을 쪄서 밥을 만들고, ③이 밥에 물 3L와 엿기름 160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위 ③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인데, 문제를 내신분들이 생각한 답은 '디아스타아제'였는데, 보기로 '무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근데 문제는 디아스타아제 대신 무즙을 넣어도 엿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문제였죠.
교육청에서 디아스타아제만 맞다고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따라 무즙도 맞다고 하고, 다시 다른 학부모들의 반발에 따라 디아스타아제만 맞다고 하고...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무즙으로 직접 엿을 만들어 교육청에 보내면서 '엿 먹어라'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에 '엿 먹어라'가 욕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말뿌리가 그렇듯이 이 또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서양에서는 죽은 사람이 입을 벌리고 죽었을 때 입을 닫아주고자 입에 엿을 먹이고 입이 서로 붙게 하여 닫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엿먹어라가 입 닥치라는 뜻으로 쓰였다고도 합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이번 주도 늘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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