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의 다음 역
김인숙
시간을 기다리다 늘어난 목을 비틀며
굴러가는 은행잎을 따라가는 중이다
수술실을 마주보는 순간,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조종하듯이
중심을 움켜쥔 손이 풀린다
차오르는 불안을 아무리 눌러도
어지럼증은 점핑을 계속한다
'염려하지마세요'
수술실로 향하는 내 목소리가
알맹이도 없이 끊어졌다 다시 이어진다
물속에 잠긴 듯
금속성의 차가운 울림,
수술실 천장 형광등마저 하얗게 질렸다
내 귀로는 분별할 수 없는
간호사들의 뚝뚝 끊어지는 음성……
바닥에 깔리는 의사의 푸른 목소리처럼
한 줄기 햇살이 창틈을 비집는다
내 몸을 떠난 이곳은 어디일까
캄캄한 저쪽에서 누군가 호명했으면
문을 열고 건너가야 할
종착역의 그 다음 역
누가 운전하는 걸까
종착역 그 벼랑 끝에서 나는 U턴을 했다
—《시산맥》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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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강원 강릉 출생. 성신여자대학교 동대학원 일문학 석사. 관동대학교 일문과 겸임교수 정년퇴임. 2012년 봄 《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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