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의 미사
유정이
산양의 피를 나누어 마시고 밤새 우리는 늑대의 울음을 울었다 듣기에 거룩하였다 당신과 나는 각자 설움의 무게를 들어 올려 경배하였다 부드러운 혀 밑으로 붉은 살점을 떼어 올려주니 함께 거룩하였다 제 속에서 꺼낸 소리를 바쳤다 교향악이 울려 퍼지고 캄캄한 밤은 온전히 제자리에 멈추었다 검은 휘장은 더욱 검게 빛났고 부드러운 당신의 울음 또한 물결처럼 반짝였다
세 번의 새벽이 오기 전 산양의 피는 온전히 마르고 당신의 긴 울음도 세 번이나 부정되었다 최초의 우람한 울음은 궤도를 타고 최후의 신음으로 내달았다 가끔 머리를 맞대었으나 하나의 울음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사랑했지만 그것이 결국 끝까지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나는 머리를 풀어 남은 울음을 울었고 당신은 손목을 풀고 다시 두 번의 새벽으로 갔다
—《시사사》2013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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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 1963년 충남 천안 출생. 1986년 홍익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199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내가 사랑한 도둑』『선인장 꽃기린』.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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