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신정민
뜨거운 내 얼굴의 손잡이,
귀는 쉽게 더러워지는 종이의 약점을 지녔다
사실일까
그의 말이 사실일까
귓바퀴에 걸린 메아리들
흘려보내란 말이 빼곡히 적혀있다
꼬깃꼬깃해진 소리들
물에 번진 글씨들
읽히지 않는다
기억들을 면봉만큼 작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머리카락 쓸어 넘기고
귀걸이를 걸어 보았으나
듣고 싶은 것만 가려듣는 약점 어쩔 수 없어
쉽게 구겨지는
잘 찢어지는 얼굴그릇,
머리가 기울면 또르르 또르르 굴러다니는 순간들
열병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태아 적 모습,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잠든 나는
탕자가 돌아올 수 있게 항상 열려있다
—《포엠포엠》2013년 여름호
-------------
신정민 / 1961년 전북 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꽃들이 딸국』『뱀이 된 피아노』『티벳인형』.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새의 존재 / 김행숙 (0) | 2016.03.25 |
|---|---|
| [스크랩] 오른쪽 귀의 취향 / 박미라 (0) | 2016.03.24 |
| [스크랩] 새가 나비를 물고 / 문정영 (0) | 2016.03.24 |
| [스크랩] 여행 (외 1편) / 정호승 (0) | 2016.03.24 |
| [스크랩] 식물성으로의 도피 / 윤의섭 (0) | 201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