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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도시 마추픽추
안데스 산 우루밤바 협곡에 자리하고 있는 마추픽추. '늙은 봉우리'라는 뜻의 이 험준한 산정은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쫓긴 잉카족이 수도 쿠스코를 버리고 깊은 산 속에 숨어 들어가 세운 비밀 도시이다. 해발 2,280m의 산 봉우리에 세워진 이 도시는 1911년 미국의 고고학자 하이엄 빙엄의 우연한 '발견'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4백여 년 동안 운무 속에 덮여 있었기에 '잊혀진 도시'라고 불리며,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공중에서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공중도시'라고 불린다.
마추피추의 유적은 총면적 5km이며 그 중 절반 정도가 빗면으로 되어 있다. 강 표면에서의 높이는 300m, 표고 2,300m로 쿠스코보다 낮다. 유적 주위는 높이 5m 두께 1.8m의 성벽으로 단단하게 만든 요새 형식이며, 내부에는 109개의 석조 계단이 있는데 높이 2.5m의 테라스는 경사면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4각의 토대 위에 집이 세워져 있으며, 지붕은 양쪽 벽으로 지탱되는 경사가 심한 2면 초가 지붕식이다. 현재 지붕은 남아 있지 않다. 약 200여 채의 가옥과 1,000여명 정도의 인구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170여 구의 유골을 통해 약 70%가 여자, 20%가 남자, 그리고 나머지 10%가 어린아이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페인의 손길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했던 잉카인들이 11세기부터 16세기까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언제부터 사람의 발자취가 사라진 폐허가 되었는지, 왜 사라졌는지는, 170여 명 이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추정치에 불과하며 실제로 잉카인들이 만든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안데스 산 속에 숨겨진 이 도시가 완전한 군사요새이며, 성스러운 신전의 도시라는 것이다. 산 봉우리를 깎아만든 자체부터 계단식 구조와 배수가 완벽한 주거시설, 그리고 정교하게 돌로 쌓은 건물 등은 뛰어난 한 문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마추픽추의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태양의 신전과 돌로 된 해시계, 창문이 3개인 돌벽, 아직도 사용 가능한 우물터, 농작물을 재배했던 계단식 밭과 관개수로 등이 있다. 또한 왕궁과 죄인들을 가두었던 감옥, 사람들이 살던 집 등도 있다. 태양의 장엄함을 누구보다도 숭배하였던 잉카인들은 마추픽추에도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 태양의 신전을 만들어 놓았으며, 지금도 그 자리가 남아 있다. 또,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궁전과 왕이 앉던 옥좌 같은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거대한 침묵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맞아들이는 이곳은 차라리 한편의 서사시이다. 마추픽추에 오른 파블로 네루다는 죽어간 사람들의 혼령과 사라진 사람들의 자취를 애타게 찾았다. "돌 위에 돌, 그대는 어디 있었나? 바람 속에 바람, 그대는 어디 있었나? 시간 속에 시간, 그대는 어디 있었나?" 그들의 돌집은 거대한 무덤으로 남았으며, 이 돌무덤 속에서 네루다는 수탈당한 자들의 혼을 위로하며, 과거의 역사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투쟁의 뿌리를 확인한다. 적어도 이 산정도시의 주인들은 정복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았던 것이니.
나와 함께 태어나기 위해 오르자. 형제여. 네 고통이 뿌려진 그 깊은 곳에서 내게 손을 다오. (중략) 나는 그대들의 죽은 입을 통해 말하러 왔다. 대지를 통해 흩뿌려진 말없는 입술들을 모두 모아다오. 그리고 밑바닥으로부터 얘기해다오. 이 긴긴 밤이 다하도록.
-파블로 네루다 '마추픽추 산정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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